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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1.09.26 14:46
  • 호수 877

[문화칼럼]이정음 연호시문학회 회장-정겨운 가을빛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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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없는 올여름을 보내다보니 새삼스럽게 빛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되는 것일까.
여름날의 우중충한 구름과 비가 그치니, 정열의 태양이 땅으로 바싹 내려와 넓은 들녘에 마음껏 쏟아 붓고 있다. 그 들녘에 쏟아 붓는 햇살줄기가 마치, 어머니가 어린자식을 품안에 젖을 물린, 다정스런 눈빛 같은 손길이 느껴진다. 정겨운 들녘은 그 눈빛과 손길이 닿은 곳마다, 그 윤기가 더해지고 황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요즘 들녘에 나간다면, 존재자의 젖 물림의 황홀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세상의 생물들은 빛으로 인하여 그 생명이 시작되고, 그 빛을 받아 성숙해지며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 그 빛으로 시작된 생명들은 또다시 우리 인간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생명의 에너지로 쓰인다. 그 누구도 그것을 취하지 않으면, 생명을 이어갈 수 없는 처절함이 있다.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빛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절대적인 진리이다.
요즘 우리가 전보다 조금 잘 살게 되었다고, 매일같이 되풀이 되는 일상이다 보니 그 소중함과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나를 존재케 하는 생명의 시작이 빛으로 시작하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한다.
모두 내가 잘나서, 내가 똑똑해서 잘 먹고 잘 사는 줄만 알고 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따지고 보면, 그 모든 것은 빛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빛은 어둠을 물리칠 수 있는 힘
우리에게 있어 빛은 두 가지다. 그 첫째는 눈으로 보는 태양빛과 두 번째는 마음으로 느끼는 빛이다. 전자는 우리에게 육신의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힘을 주지만, 후자는 마음을 밝게 해주어 세상을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생동감 넘치는 정신적인 힘이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하여 잘 먹고 잘 살아 윤택할지라도, 정신적인 진리나 사랑, 정의와 윤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우리 마음은 어둠일 것이고, 우리 사회는 길을 잃고 방황할 것이다.
현대인들은 빛을 잘 생각하지 않는다. 빛을 아주 잊어버린 자아가 되어버렸다.
빛은 어둠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우리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 귀중한 정신적인 가치를 학생들에게 가르치지도 않고 이 땅에 가르칠 스승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인간은 본래적으로, 전인적인 인격을 추구하고 영원을 갈망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전에는 유교적인 관념으로 과학과 기술을 천시하여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너무나 극단적인 모습으로 인간이 기계적인 부속품으로 기능화되어 가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승리한 자만 사회적으로 대우받고, 그 나머지는 낙오자로 인정하는, 이기적이고살벌한 사회로 치닫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는 누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소득의 불균형은 더욱더 벌어져,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적 문제로 심화되고 있다. 우리가 빛을 생각하는 것은 생명을 생각하는 것이고, 생명을 생각하는 것은 나의 존재의 시원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그 시원에서부터 오는 빛으로부터 영감을 들어야 하고,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희망을 가져야한다.
또한 각자 인간의 능력은 다 다르다. 그것을 인정하고 믿음으로부터 불완전한 인간의 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편으로 인간의 과오와 절망에서 상처를 아물게 하고, 새롭게 새싹을 틔우게 하는 것은 사랑뿐이다. 이것 또한 세상을 밝게 비추는 빛으로부터 온다. 들녘에 내려온 가을빛은 이 가을에 우리의 내면을 살찌우게 하는 하늘이 내려준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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