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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1.10.03 17:48
  • 호수 878

[기고]정용선경찰청 정보심의관 “10월만이라도 노인 분들이 행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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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맞아 모처럼 찾은 고향땅. 어느새 가을 옷을 입기 시작한 뒷동산, 황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들판,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과일들이 정겹기만 하다. 아버님과 사별 후 형님 가족과 오붓하게 사시는 어머님이 한달음에 달려와 반겨주신다. 이제 50이 다되어 가지만 어머님께 막내는 늘 귀여움의 대상이다. 제 아비 키보다 훨씬 큰 손자의 손을 붙잡고 무척이나 대견스러워 하신다.
찾아뵐 때마다 늘어가는 흰머리, 조금 더 굽은 듯한 허리, 자꾸만 불편해지시는 걸음걸이가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불효부모 사후회(不孝父母 死後悔)라고 했는데, 무엇이 그리 바빠 더 자주 찾아뵙지를 못하는지...
노인 분들의 외로움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겠지만, 요즘 들어서는 홀로 사시는 분들이 더욱 많아지고 범죄 피해까지 당하시는 경우가 늘어나 안타까움이 더하다. 우리 동네만 하더라도 어르신 한 분만 사시는 독거노인 세대가 적지 않다. 인구 10만 명당 노인자살률(81.8명)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도 결국 홀로 사시는 노인들의 적적함을 달래드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자신부터 반성할 일이다.
그런데, 동네 어르신들께서 외로움과 함께 하소연하시는 것이 노인 상대 각종 범죄다. 보이스피싱이라는 전화사기에 의해 피 같은 돈을 한순간에 날리시거나 효도관광을 빙자한 물품 강매로 남모르는 고통을 받으시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피해를 당하고도 도회지에 나가있는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이웃에게 부끄러워 말도 제대로 못 꺼내시고 신고는 더더욱 엄두도 못낸다고 하시니 그 답답함이 오죽하시겠는가. 시골에서 힘들게 농사지으신 것을 훔쳐가는 못된 인간들에 대한 분노들도 상당하셨다. 농축산물 절도는 단순한 재산범죄가 아니라 1년이라는 세월을 통째로 앗아가는 파렴치한 행위다.
꼭 범죄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의 삶은 힘겹기만 하다. 노인 빈곤율(45.1%)은 OECD 국가 중 1위이고,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09년 기준으로 1,800여 명이 넘어 OECD 국가 평균의 6배를 넘는다. 그나마, 시골에서는 힘들더라도 농사라도 있어 생계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지만 도시에서는 아예 소득원 자체가 없어 하루 끼니조차 제때 챙기지 못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내 한 복판에서 하루 몇 천원을 손에 쥐기 위해 종이상자가 가득실린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시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을 뵈면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으시면서도 자손들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온갖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신 귀하신 분들이다. 지금은 이름조차 생소한 보릿고개의 처참함 속에서 세계 11대 무역강국과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풍요로움을 이룬 것이 과연 누구의 덕분인가.
이제는 노인들이 제대로 대우받고 예전처럼 존경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말로만 공경을 외칠 것이 아니라, 청년실업 못지 않게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각종 복지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더욱 세밀히 보살펴야 한다. 나를 포함한 지금의 청·장년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준비하는 노인대책 하나하나가 결국은 자기자신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되는 것이다. 나부터 노인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더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10월은 노인의 달이고, 10월2일은 노인의 날이다. 10월 한 달 만이라도 ‘대한민국은 노인이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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