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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1.10.11 12:02
  • 호수 879

[칼럼] 어기구‘철가방 기부천사’가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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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박사, 민주당 정책위부의장

“당신을 몰랐었지만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요즘 자장면 배달을 하며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소득을 쪼개 꾸준히 기부를 해오던 김우수 씨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김 씨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중국집에서 배달부로 일하면서 70만원의 빠듯한 월급에도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꾸준히 후원해 왔다. 이 사실을 접한 네티즌들은 “뒤늦게 알았는데 너무 안타깝다, 왜 착한 사람들은 꼭 일찍 떠나는 걸까”, “생각해보면 기부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닌데...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된다”, “기부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내 손이 부끄러워진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워했다.
  철저한 경쟁 위주의 시장 중심적 자본주의 체제인 우리나라는 경쟁에서 탈락한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 및 후원을 필요로 한다. 어느 사회에서든지 봉사 및 기부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진 사람들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김 씨처럼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 가운데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봉사하고 기부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너무 가난하여 자기 자신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부하기란 쉽지 않다. 기부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사회에서 여러 가지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사회에 대한 자신들의 도덕적 책무(Noblesse Oblige)를 다하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사회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거액 기부금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삯바느질 할머니, 행상 아주머니, 국밥 장수 등 어려운 분들이었다. 물론 언론이 이들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킨 면도 있지만, 어쨌든 드러나는 것으로만 보면 우리사회의 기부문화는 돈이 많은 사람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이 주로 해온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기부는 공짜가 아니다. 보람과 행복, 명예를 얻는다. 이런 것들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고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무엇보다도 사회 특권층, 지도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이들은 지식이나 재정 등의 운용 면에서 기회가 많아 더욱 쉽게 기여할 수 있다. 관심과 정성, 물질을 나누어 사회를 통합할 때 사회지도자로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권을 누리는 사회 지도층들이 자기들의 이익만 챙기고 사회적 약자들이나 공익을 위하여 아무 봉사도 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회는 더욱 더 메마를 것이고 자발적인 사회봉사와 기부는 그만큼 더 줄어들어 사회 자체의 존속이 어려울 것이다.
 영국 등 선진국의 경험으로 볼 때, 전쟁 등 사회에 위기가 닥치면 사회지도자들이 먼저 자신의 몸과 재산을 나눴고 그 작은 모래알이 강한 콘크리트 빌딩이 되어 결국 사회를 지켜냈음을 가르쳐준다. 지도자들의 희생이 반석이 되는 것이다. 선진사회의 질서는 ‘나눔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무리 풍요로운 사회도 그 구성원 전체의 욕구를 국가가 동시에 만족시켜 줄 수는 없다. 해결방법은 부족한 재원을 나눠 쓰고, 돌려쓰는 길뿐이다. 나눔의 정신이 사회화한 대표적인 행위가 기부다. 이웃을 위해 피땀 흘려 모은 자기 것의 일부를 내놓는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저서 ‘로마인 이야기’에서 지성에는 그리스인, 체력에는 켈트인과 게르만인, 기술력에는 에트루리아인, 경제력에는 카르타고인들 보다 뒤떨어진 로마인들이 어떻게 로마제국의 영화를 이루어 냈을까? 라는 물음을 던진 뒤 이렇게 답한 바 있다. “상대를 포용해 동화시킨 로마인들의 관용과 개방성, 그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제이다”라고 말이다. 또한 지금껏 50억 이상을 기부하고 항상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서까지 헌신적으로 봉사 및 사회활동에 매진하는 우리나라 기부 아이콘인 가수 김장훈은 그의 기부활동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항상 어떻게 하면 나 한사람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저는 그것만 집중했습니다.”
김 씨가 떠난 지금 우리는 지금 이 명언을 반드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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