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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밥줄 이야기 3 - 가곡환경(주) 환경미화원 오세원 씨] “쓰레기 치운다고 쉽게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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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키워낸 가장, 보람으로 하는 청소일
새벽녘 커피 한 잔, “수고한다” 한마디에 힘이 불끈

 

[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우리 이웃, 밥줄 이야기>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띠르릉, 띠르릉’ 새벽 3시. 오세원(56) 씨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운다. 이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벌써 8년.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몸 쓰는 일 탓인지,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좀처럼 몸에 배질 않는다. 주섬주섬 옷가지를 걸친다. 아니다, 요즘은 ‘싸맨다’는 쪽에 더 가깝다. 입춘을 코앞에 두고 찾아 온 한파가 올 겨울 들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눈만 빠끔히 내민 복장은 오 씨나 그의 동료들이나 마찬가지다. 새벽 밤거리를 돌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오 씨는 ‘환경미화원’이다.

새벽 4시, 골목을 달리는 이들
본격적인 작업은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오 씨는 이주단지와 부곡공단 일대 구역을 담당하고 있다. 보통 환경미화원 3명과 운전기사가 한 조를 이루는데, 자동압축기가 장착된 차량은 환경미화원 2명이 한 조다. 운전기사가 골목을 돌며 전봇대 아래며 상점 앞에 쌓아 둔 쓰레기봉투 더미 옆에 정차하면 환경미화원 2명이 쓰레기를 주어 올리고 다른 한 명이 차량에 쓰레기를 차곡차곡 쌓는다.
“보통 한 번에 드는 쓰레기 무게가 20~30kg는 되죠. 일반쓰레기는 별 문제가 없는데 음식쓰레기가 골치예요. 이주단지에는 식당들이 많아서 음식쓰레기 양이 엄청 나거든요. 헌데 종량제봉투가 아닌 커다란 봉지에 꽉꽉 눌러 담은 불법 음식쓰레기봉투가 꼭 사고를 쳐요.  너무 커서 들어올리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잘못하면 툭 터져버리거든요. 아이고, 그럼 낭패죠, 낭패.”
이주단지는 불법 쓰레기 투기가 심해 송악읍사무소에서 파견된 공공근로요원들이 직접 손으로 주어 담으며 단속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 쓰레기 투기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골목마다 들어찬 불법 주차도 골칫덩이 중 하나다. 쓰레기차량이 지나다닐 공간이 없어 손으로 들고 옮겨야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 불법 주차된 차량들 사이에서 쓰레기를 잔뜩 들고 나오다 달리는 차량에 치일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 
오 씨는 “사람들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전 쓰레기를 모두 깨끗이 치우기 위해 새벽 같이 일하고 있지만 불법 주차와 불법 투기로 애로사항이 많다”며 “규격봉투를 사용하고 쓰레기집하장 근처에는 주차를 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쓰레기 악취보다 선입견이 더 힘들어  손과 발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겨울이지만 오 씨는 차라리 여름보다 겨울이 낫단다. 여름에는 쓰레기양이 더 많은데다가 더위에 부패된 쓰레기 악취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아침 10시면 일이 끝나는데 여름에는 12시까지 일할 때가 다반사다.
“여름에는 땀도 엄청 흘리고 체력 소모도 커요. 무거운 쓰레기봉투 들고 뛰어 다녀야 하니 온몸에 땀이 흥건하죠. 게다가 쓰레기가 쉽게 부패되기 때문에 악취가 말도 못해요. 초보자들은 다들 몇 달간 구토를 하며 눈물을 빼죠.”
오 씨도 처음 몇 달은 악취에 고통스러웠단다. 온 몸에 배인 쓰레기 냄새 때문에 가족들도 집 밖에서 옷을 벗고 들어오라고 할 정도였다. 무거운 쓰레기를 반복적으로 나르고 차에 실어야 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 허리 통증은 달고 산다. 몸이 고된 것보다 견디기 힘든 건 힘들고 냄새나는 일을 한다며 업신여기는 이들이다.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되레 큰 소리를 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때마다 서비스업이라 생각하고 꾹 참지만 속이 많이 상하죠. 환경미화원들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지만 꺼려하는 일을 몸 아끼지 않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니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힘을 주는 것도 역시 사람이다. 이른 새벽 커피나 음료수를 건네며 수고한다고 말해주는 이들도 더러 있다. 부녀회원들이 명절에 나와 선물까지 주며 고마움을 표했던 마을도 있었다고. 

 

 

 

 

아들에게 물려줄까도 생각송악 기지시리에 살고 있는 오 씨는 송산 가곡리가 고향이다. 젊을 적에는 고향에서 농사도 짓고 염전도 했지만 쓰레기매립장이 들어서면서 송악으로 이주했다. 당진시의 쓰레기 수거·처리를 맡고 있는 가곡환경(주)에서 근무하는 오 씨는 8년 동안 환경미화원으로 일해 두 아들을 대학까지 졸업시켰다.
“요즘 취업도 어려운데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해봐요. 가곡환경은 노조도 결성되어 있고 힘들게 일한 만큼 월급도 적지 않게 받죠. 직원복지도 제법 좋고요.”
오 씨는 “남들의 시선보다 중요한 건 일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보람과 자부심”이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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