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30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집 뒤에 드리운 그림자에 숨어 더위를 이기면서도 어머니들은 가솔들을 위해 무언가 필요한 것들을 장만하고 계셨다. 커다란 독에 신문지와 종이 불린 것을 붙이고 며칠씩 말리면 그것이 딱딱하게 굳어졌는데 그 딱딱하게 굳어진 것을 한 네군데 쯤 오려서 항아리에서 떼어낸 후 다시 제모양이 되게 붙이면 그럴듯한 단지 하나가 얻어졌다. 거기에 이 무늬, 저 무늬 오려붙이고 니스칠이라도 하면 영락없이 멋진 새 항아리였다. 어머니들은 새 물건 사들이기가 형편이 여의치 않은 당시의 어려움들을 이런 부지런함과 지혜로 채워나가셨고 닥종이로 만든 그 새항아리는 얼마나 튼튼한지 쌀통이나 다른 용도의 살림살이로 부족함이 없었다.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취미나 부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종이찰흙을 이용한 공예, 닥종이공예는 이 당시 어머니들의 절박한 생활고와 노동의 역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진을 보면 큼지막한 진짜 항아리를 등지고 앉아계신 분의 앞쪽으로 (아주머니들의 한가운데)진짜 항아리에서 떼어낸 종이단지가 보인다. 어머니들은 이 작업을 마치고 새 살림을 얻은 기쁨에 얼마나 환하게 웃으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