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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8.08.24 00:00
  • 호수 237

이사람/수해피해-이영선 정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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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면 천의리 이영선씨

두 눈 되어주던 남편 산사태로 잃어

장애인부부, 의지하며 살다 참변 흔적도 없이 무너진 보금자리 "그래도 집에 가고 싶어요"

정미면 천의2리에 사는 이영선(49세)씨는 7주 진단을 받고 지금 푸른병원 308호실에 입원해 있다. 앞을 못보고 한쪽 귀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1급 장애인 이씨는 8일 밤, 산사태로 집이 무너져 남편을 잃고 자신은 목숨을 건졌지만 온몸에 시커먼 타박상과 어깨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만 것이다.

남편 김종호(54세)씨는 소아마빌 한쪽 다리를 절었지만 아내 이씨와 서로 의지하며 살갑게 살아왔었다. 남편이 외출할 때면 이씨는 남편의 한쪽다리가 되어주었고, 남편은 앞 못보는 아내의 두 눈이 되어 병원에도 가고 시장도 보곤 했었다. 당진읍내에서도 이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있을 정도로 이들 부부는 항상 손을 맞잡고 다녔다.

아내를 위해 항상 같은 위치에 밥상을 놓아주던 남편 이씨는 그런 남편의 마지막 가는 길도 지켜보지 못했다. 사고 직후부터 자신은 병원신세를 wu야 했으며 남편은 흙더미에 깔린지 몇시간만에야 시신으로 발굴돼 바로 그날 참사의 현장에서 장례가 치뤄졌기 때문이다.

그날 사랑방에서 잠을 잤다면 남편을 살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집은 사랑방쪽만 남기고 모두 무너져버린 것이다.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는 한쪽 귀에 대고 물으니 "사랑방은 모기가 많아서 잠을 못잔다"고 이씨는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다시는 남편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도 알지만 벌써 보고 싶다며 집에 빨리 가고 싶다는 이씨. 친척들이 한푼 두푼 보태주는 생활비로 궁핍한 삶을 살아온 이씨는 물질적인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남편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그 빈가슴으로 오랜 세월이 가도 채워지기 어려울 것 같았다.

농협 461-12-204257 이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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