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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12.10.19 12:32
  • 호수 931

지역경제르포 7 당진재래시장을 가다
경기불황으로 삼중고 겪는 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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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 손님 뺏기고 경기침체에 휘청
식당 장사 안 돼 시장 도매상 매출 감소
5일장 찾아오는 외지상인 도로점거

[편집자주] 해외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둔화와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인해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우려에 놓였다. ‘금융위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떠도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수의존도가 높은 지역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본지는 지역 상권과 금융권들을 중심으로 돌아보는 기획 <지역경제르포>를 연재한다.

오일장 다음날인 17일 오후 당진재래시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채소나 생선 같은 물건을 다듬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이날 만난 상인 10명 중 9명은 ‘경기가 좋지 않다’, ‘우리집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장사가 잘 안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날이 갈수록 시설 좋은 대형마트를 찾는 손님이 늘어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시장 도매상을 고정적으로 이용하는 식당들의 이용율도 줄었다.    
XX식품 상인은 “대형마트가 아닌 시장 도매상을 이용하는 식당들의 거래량이 줄어든 걸 보면 경기가 불황이라는 게 느껴진다”며 “손님을 대형마트에 뺏긴 것도 있을 테지만 올해는 경기 불황으로 전반적인 소비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식품도매업을 하고 있는 상인은 “주거래처인 소규모 식당들에서 한번에 3박스씩 사가던 야채를 1~2박스만 사는 실정”이라며 “2~3년 전부터 경기가 안 좋다 싶었는데 올해 들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도매상은 “식당이 장사가 되질 않으니 도매상도 매출이 줄어들었다”며 “작년에 비해 1/3 가량 매출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장바구니 경제도 위축돼

도매와 마찬가지로 장바구니 경제도 얼어붙었다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상인들은 장사가 잘 되냐는 질문에 헛웃음을 지으며 “지나다니는 사람이 이렇게 없는데 장사가 될 리가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최근엔 하루동안 배추 10포기도 못 팔고 문을 닫기도 한다”며 “날씨가 좋지 않아 채소가격이 올라 소비가 줄어든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우선 재래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적어 문제”라고 말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식당들도 장사가 안 된다고 하고 돈이 돌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회 상인은 “10월은 농번기라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적기는 해도 올해처럼 장사가 안되는 해는 드물었다”며 “경기가 불황이라더니 재래시장도 마찬가지로 장사가 안돼 힘들다”고 말했다.

장날에 손님 더 없는 아이러니

상인들은 닷새마다 한번씩 열리는 장날이면 오히려 장사가 더 안된다고 호소했다. 당진시장 중앙통로를 중심으로 설악가든 앞까지 들어서는 외지 상인들 때문이란다. 장날 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중앙통로를 위주로 장을 보고 골목 안 시장으로는 발길을 옮기지 않기 때문이다. 외지상인들로 인해 기존 시장상인들이 장날이면 장사가 더 안되는 상황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상회 상인은 “어시장을 재정비한다고 했는데 그보다 5일장마다 찾아오는 외지상인이 도로를 점거하는 상황에 대한 정비가 우선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아무래도 장날이면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외지에서 온 상인들 때문에 장날에 장사가 더 안된다”며 “노점상 정비보다 외지상인 정비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점상 정비에 상인들 생각은

당진시는 지난 5월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노점상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다며 중앙통로에 위치한 노점상을 모두 골목 안으로 이동시켰다. 이후 넉달이 지난 현재 노점상 정비에 대한 상인들의 생각도 들어봤다.  
△△식품 상인은 “노점상 정비 이후에 시장에 손님이 더 줄어든 느낌”이라며 “노점상이 사라진 통로는 잠깐이라도 단속을 하지 않으면 주차장이 되기 일쑤”라고 말했다.
노점상 정비로 골목에 좌판을 벌인 한 할머니는 “골목 안으로 들어온 뒤로는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며 “어제는 하루 종일 3천원을 벌었고 안 팔려 시든 채소들 때문에 속상하다”고 말했다.
노점상이 자리를 잡은 골목에서 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일부 골목은 노점상 할머니들이 가져다 놓은 짐보따리로 창고가 되었다”며 “정비를 한다고는 했지만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시간이나 주말, 장날에는 노점상들이 다시 원위치로 이동하고 있어 더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상인은 “노점상 정비를 하려면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단속원이 퇴근하거나 근무를 하지 않는 날에는 노점상이 다시 길 밖으로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골목 안에 선을 긋고 노점상 자리를 지정해줬지만 절반은 지켜지지 않고 있고 단속도 차일피일 미뤄지고만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노점상 할머니는 “골목 안으로 들어온 뒤로 비도 안맞고 자리 다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다”며 “밖에서는 내 자리가 없어서 설움을 받았는데 골목에 같이 모여 앉아 장사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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