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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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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원도심 어떻게 살릴 것인가 2]
공동체 살리니 도심이 활력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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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도시재생신탁업무센터를 가다
시설 대신 문화 채우고 주민 역량 강화가 비법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나만 (혹은 나라도) 살아남자’는 사람들의 이기심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함께’보다 ‘나’가 우선되는 것 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침체되고 망가진 도시를 다시 살리는 건 차라리 ‘공동체재생’이다. ‘나만 살자’가 아닌 ‘함께 살자’로 생각이 바뀌어야 도시가 살아난다. 사람의 온기가 절실한 도시인들은 싸늘함이 가득한 곳엔 발길을 옮기지 않기 마련이다.

 

공동체재생이 도시재생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충북 청주시다. 외곽개발로 인해 도심 공동화가 급물살을 타던 청주 원도심이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특히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청주 원도심에 하나 둘 모여 둥지를 틀면서 원도심만의 새로운 분위기와 문화가 창조되고 있다.

원도심 활성성화를 위해 청주 원도심 상인들이 직접 나섰다. ‘도시재생’이 아니면 살길이 없다고 판단한 지역주민들이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지역대학의 교수와 시민사회단체 등 전문가들도 함께했다. 이렇게 탄생한 ‘청주 도시재생신탁업무센터’는 도시재생에 관한 업무를 신탁 받아 실질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신탁업무센터는 도시재생에 관해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만 할뿐 모든 의사결정은 주민들 몫이다.

 

 

 

문화예술인 원도심에 모여라
센터는 빈 건물이나 점포를 신탁 받아 경쟁력 있되 지역상권과 겹치지 않는 유리한 업종으로 전환을 유도한다. 특히 지난 한 해 매주 토요일마다 운영해온 ‘소나무길 프리마켓’을 상설로 운영하기 위해 얼마 전 매장을 열었다. 매장 안에는 예닐곱 가지 각종 생활공예 작가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돼 있다.

손님들은 목걸이나 가방 등 수공예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직접 현장에서 공예를 배울 수도 있다. 저렴한 자릿세를 내고 이곳에서 활동을 하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작가들은 다른 점포로 나가 개인 매장을 열기도 한다. 빈자리엔 또 다른 공예가가 자리를 채운다. 이곳은 신흥 작가들의 인큐베이터가 되기도 한다.

 

 

생활공예작가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극단도 유치하고, 실용음악학원도 유치해 뿔뿔히 흩어져 있던 모든 지역의 문화예술인을 이 지역에 집중시켰다. 주말이면 독특한 문화예술장터가 열리는가 하면,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의 노랫소리, 극단의 연극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이 이 자리에서 펼쳐진다.

도시개발신탁업무센터에 참여하고 있는 충북대 김동호 교수는 “문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물리적 시설을 넘어 문화예술로 이 도심을 채우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로 재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첫 시작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낡고 협소한 공간을 탓하며 “주차장을 지어 달라”, “도로를 넓혀 달라” 등 시설보완만 요구했다. 그러나 행정에서는 예산이 큰 걸림돌이 돼 쉽게 손을 쓰지 못했다.
김 교수는 “주차장이 협소하다고 주차장을 지을 필요는 없다”며 “차라리 조금 떨어진 곳에 넓은 주차장을 만들고 셔틀버스를 운행해 이 지역에서는 걷는 거리,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주민공동체가 기반돼야
신탁업무센터는 적은 예산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판을 벌려 놨다. ‘추석맞이 송편빚기축제’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 송편을 빚어 어려운 이웃에게 배달하는 간단한 행사였다. 각자의 잇속만 생각하며 삭막하던 지역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어떤 이가 사탕을 몇 봉지 가져와 사람들에게 나눠줬고, 그러다 누군가는 옆에서 칼국수를 끓이고, 누군가는 집에서 김치 몇 포기를 가져왔다.

어느 날에는 100명의 주민을 모아 100분짜리 영화보기를 했다. 빔프로젝터와 스크린, 스피커만 있으면 되는 일이었다. 영화가 100분을 채우지 못했을 때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음악가가 공연을 하는 등 소소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시간을 계속해서 만들었다.

“주민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큰 비용이 드는 게 아니에요.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마음을 모으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지요. 주민공동체가 기반이 돼야 도시재생을 이룰 수 있습니다. 주민들의 역량을 끌어 올리는 것이 신탁업무센터의 역할인 거죠.”

 

<글 싣는 순서>

1회 순천 기존도심 재창조를 위한 시민네트워크  2회 청주 도시재생신탁업무센터를 가다
3회 대전 문화와 원도심을 함께 살리다                4회 독일 하멜른시의 도시재생 정책
5회 독일 하멜른시의 전통적 건축물 활용 실태    6회 독일 다름슈타트의 중심시가지 도시개조 사례
7회 독일 다름슈타트 루이첸광장 보행천국          8회 당진 원도심 공동화현상과 활성화방안 모색

<편집자주>

당진시청이 이전함에 따라 당진군청이 자리 잡고 있던 원도심에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원도심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 지역 활성화를 위한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국내외 원도심 활성화 성공 지역을 찾아가 도시재생을 위한 대안과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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