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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물
  • 입력 2013.08.30 19:38
  • 호수 975

30만 점 골동품 보유한 이정호 씨(면천면 자개리)
“고향 위해서 박물관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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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동기·축음기·고서·옹기 등 셀 수 없어
“폐교된 남산초 이용할 수 있었으면”

이것은 일제시대에 제작된 것이고요, 저것은 지금 거의 찾기 힘든 물건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이 걸 갖고 있는 사람이 드물어요.”

집 구석구석이 보물창고다. 덜컹덜컹 큰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수백 년 된 발동기부터 턴테이블 위에서 ‘치지지직’ 하는 아날로그적 소리가 매력적인 축음기, 미닫이문을 열고 닫는 오래된 흑백 텔레비전, 수 천 점의 고서, 우표, 지폐, 옹기, 방짜유기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옛 물건이 총 망라돼 있다.

‘텅텅텅텅’ 향수 젖은 발동기 소리

면천면 자개리에 살고 있는 이정호 씨는 지난해 6월 SBS 프로그램인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하며 유명해졌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각종 발동기를 모으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전국 각지에서 그에게 골동품을 인계하겠다는 이들이 생겨났다. 발동기는 전기가 없던 시절 동력을 발생시키는 기계였다. 옛날 시골 방앗간에 가면 텅텅텅텅 거리면서 곡식 찧는 기계를 돌리던 것이 바로 발동기다. 방앗간 뿐만 아니라 정미소,  양수기, 배 등 동력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두루 쓰인 발동기는 특유의 우렁찬 소리 때문에 ‘똑딱선’, ‘통통배’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벼를 타작할 때면 퉁퉁 거리면서 돌아가던 그 소리가 참 좋았어요. 시간이 한참 지나서 우연히 그 소리를 듣고 향수를 느끼면서 발동기를 하나 둘 씩 모으기 시작했죠.”

발동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인연이 닿아 다른 사람들로부터 발동기와 각종 골동품을 인수받았다. 부여에 위치한 ‘아빠학교 엄마교실 박물관’ 유물까지 인수해, 이 씨의 고향집에 있는 수 천점의 골동품뿐만 아니라 부여, 서울 등 각처에 이 씨가 소장한 골동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부인 정인숙 씨는 이러한 이정호 씨가 탐탁치 못할 때도 있었다. 발동기를 비롯해 골동품들이 고가의 제품도 많고, 그 양이 방대해 집이 모자랄 지경이다. 다락방과 창고, 마당 곳곳에 전부 이 씨가 모아둔 골동품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남편이 좋아서 하는 이 일을 묵묵히 지켜 봐주고 있다.

▲ 이정호 씨가 보관하고 있는 축음기

“모교 남산초에 전시하고파”

이 씨의 소망은 그가 가진 골동품을 당진시민을 위해 전시하는 것이다. 그는 폐교된 남산초등학교를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해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옛 추억을 선물하고 싶단다. 지난해 면천초등학교와 통폐합으로 폐교된 남산초등학교는 그의 모교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서려 있어 학교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크다. 오랜 역사를 뒤로하고 학교가 문을 닫은 것도 서운한 일이지만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모습이 더 안타까워 학교를 활용했으면 한다고.

워낙 많은 골동품을 갖고 있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도 숱하게 박물관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이 씨는 꿋꿋이 “당진을 위해 쓰고 싶다”며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다. 특히 면천읍성과 당진시립박물관 건립 등 면천이 역사적 지역으로 자리매김 하는 데 그 또한 보탬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정호 씨는 “시나 교육청에서 폐교를 임대해 줄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며 “고향을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이정호 씨가 보관하고 있는 고서

쌓아둔 고서 수장고 보관 시급

특히 그가 소장하는 골동품 중 고서와 같은 책들은 제대로 된 보관이 시급하다. 낡고 오래된 집 곳곳에 쌓아두다 보니 여름철 습기와 고온 때문에 보존 상태가 좋지 못하다. 비라도 오는 날엔 지붕에서 비가 샐까봐 늘 노심초사다.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니잖아요. 지역에 공장 하나 세우는 것 보다 고향이 역사·문화의 고장으로 이름나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지역사회를 위해 시민들과 관객들이 언제고 찾을 수 있는 박물관을 꼭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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