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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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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광 새서울 캠퍼스 강사]
GOP 근무부터 유해발굴까지… 군생활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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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9개월간의 군 생활이 막을 내렸다. 생애 처음 들어보는 강원도 양구라는 지역에서 복무를 했다.
산간지방이라 여름에는 독사와 온갖 독충이 비일비재하게 출현하기 일쑤였고, 겨울에는 체감온도 영하 40℃를 넘나드는 추위에, 한 번 강설이 시작되면 적설량 60~80cm는 기본이었다. 이러한 곳에서 나는 GOP 경계와 수리봉에서 유해를 발굴한 두 가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육·해·공 전군을 통틀어 2%만이 근무 할 수 있는 GOP(일반전초기지)에서 우리나라의 최북단 휴전선 155마일의 일부를 지키는 임무를 약 1여 년 동안 담당했다. 필자가 있었던 지역은 북한과 불과 400m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 육안으로도 관측이 가능했다. 여름에는 타는 듯한 더위와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나라를 지키겠다는 그 마음 하나로 하루하루 인고의 시간을 버텨나간 것 같다.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만 두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자아성찰도 하고, 책임감을 기르며 매사 긍정적인 사고로 나를 변화시켜 왔다.
그렇게 GOP 경계를 완전작전으로 마치고 대대로 내려 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중대는 수리봉 이라는 곳에 파견을 가게 됐다. 우리는 6.25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에 투입됐다.
이곳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나왔던 마지막 전투 장소인 ‘피의 능선’. 그 능선 중 한 봉우리인 수리봉에서 실시한 유해발굴 작업은 아직도 생생하다. 6.25 당시 전투가 일어났던 지역을 탐사하고 발굴 작업을 통해 선배 전우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는데, 특정 선별 지역을 1.5m가량 파고 들어가 산 중턱부터 정상까지 깍아 올라가는 작업을 했다.
모두가 힘들고, 하기 싫어진다고 느껴지는 그 때 마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목숨 바치신 이들의 유해를 한 분이라도 더 찾아서 유가족의 품으로 보내드리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작업했다. 진갈색으로 퇴색된 유해는 음산하기보단 엄숙함으로 우리를 압도했다. 그렇게 한 달 여 동안 우리 중대는 90여 구의 유해를 수습했다. 필자는 1주 남짓한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유해를 발견함으로써 유해발굴 유공자 표창까지 수상하는 등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어차피 지나가는 군생활, 열심히 해봤자 무의미 하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나는 어차피 지나가는 시간이라면 조금 더 의미 있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함으로써 나를 성숙하게 키워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군대라고 생각한다. 담금질을 하면 할수록 철이 단단해지듯 한층 더 성숙된 자신을 원한다면, 군복무의 의무를 피하지 말길 권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이들이 군 복무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 중 일 텐데, 군생활을, 나라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기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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