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 칼럼
  • 입력 2014.05.03 16:23
  • 호수 1008

잃어버린 한 송이 카네이션
심재진 당산초등학교 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열·정신력으로 5남매 키워낸
“어머니, 사랑합니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희뿌연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하여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도 어딘지 모르게 확 열리지 않던 지난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아픔속에 온 국민을 절망과 엄청난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이렇게 잔인한 4월은 무심히 흘러 앞 산의 산천초목은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다. 5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의미 있는 날이 많은 가정의 달 이다.
산골 학교에도 조용히, 그리고 살며시 가정의 달이 찾아 왔다. 갓 입학한 1학년 교실에서 어버이 날을 앞두고 학생들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엄마, 아빠께 카네이션 꽃을 사고, 할아버지, 할머니 것 까지도 준비한다고 야단법석이다. 또 6학년 교실에서는 부모님께 드릴 카네이션을 만들고 있었다. 6학년이라 그런지 제법 기발한 모양의 카네이션과 하트모양에 어머니, 아버지 사진을 넣은 다양한 모양의 엽서와 편지를 볼 수 있었다.
교내를 돌아보며 학생들이 부모님에 게 전할 작품들을 보니, 1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내 마음에 가득하다. 우리 어머니는 정신력이 대단하시고 자식 교육에 대한 욕심이 남다르셨다. 가난한 농촌 생활을 하시며 좋은 옷 한 벌 입지 못하고 세 누나를 고등학교까지 졸업시키고 나와 남동생 둘은 대학까지 공부시키셨다.
특히 아들 둘이 고등학생이 됐을 땐  천안까지 유학보내면서 공부시키셨으니 그 당시 어려운 살림살이에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가늠할 수 없다.
일요일은 자식들에게도 적당한 분량의 농사 일을 나눠주시며 근면성실한 태도를 기르도록 하셨다. 일요일은 가족이 모두 모여 일을 하는데 월요일이 시험날이라면 그 사람은 시험 공부하라고 열외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꾀돌이인 나는 몇 번 거짓말로 시험이라고 말씀드리고 학교에 가서 공부도 않고 놀던 생각이 난다. 대신 내가 할 일 때문에 어머니와 누나 동생이 훨씬 더 수고 했을 거다.
32년 전 새내기 교사로 발령났을 때 시골에서 하얀 와이셔츠를 매일 빨아주시고, 정성껏 도시락을 싸 주시던 어머니, 결혼 후 부부교사인 아들 내외를 대신해 건강도 안 좋으신데 손자 둘을 키워주시면서도 어렵다는 말씀 한마디 안하신 어머니! 장학사로 발령 받았을 때 “그럼, 선생님 그만두면 애들은 어떻게 키우냐”고 걱정하시던 어머니시다.
2002년 10월 손자들 밥 차려주시고 설거지하다가 쓰러지셨다. 3주 동안 병원에서 고생하시다 영영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어머니가 돌아 가신 후 카네이션은 한 송이만 사서 아버지께 달아 드린다. 어머니 가슴에 달아드리고 싶어도 달아드릴 수 없는 잃어버린 한 송이 카네이션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파온다.
어머니! 살아계실 때 불효를 용서하여 주시고 어머니께서 생전에 주셨던 가르침 잊지않고 학생 교육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