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 칼럼
  • 입력 2014.05.11 20:56
  • 호수 1009

평안한 길을 만들어 갑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진호당진상록수교회 담임목사

오래 전에 만났던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친구 어머님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건강한 분이셨습니다. 평생 바다에서 갯벌과 씨름하시면서 사셨습니다. 바닷길과 갯벌에 대해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 분이셨지요.
그런데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망태기를 짊어지고 바다에 나가신 분이 돌아오질 않았습니다. 동네사람들이 모두 횃불을 들고 찾아다녔습니다. 다음날, 바다 건너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평생을 그 바다에서 사셨기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죽음이었습니다.
전날 심한 바다 안개가 갑자기 밀려왔고, 아마도 바다에서 길을 잃어버리셨을 것이라는 추측 외에는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갑작스런 바다 안개가 길을 잃게 했고, 밀물 때에 길을 잃은 것이 사망의 원인이었다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겠으나 그 죽음은 분명한 현실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에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바다를 낭만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습니다. 해변은 우리에게 자연절경을 통해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해변은 무더위를 식힐 만한 시원함, 어족자원과 각종 해산물로 인한 풍부함, 해로를 이용해 이동거리를 단축시키는 경제성 등이 우리에게 매력적인 유익이 됩니다.
그러나 바다는 육지보다 안정성에 변수가 많습니다. 바다에서는 항로를 따라가야 합니다. 예로부터 바다에는 등대를 세워 놓고 안전을 도모합니다. 등대는 광파와 음파로 바닷길을 안내합니다.
밤에는 빛으로 어둠을 밝히고, 안개 낀 날이나 눈, 비로 시야확보가 안 되는 날이면 소리로 자기 사명을 감당합니다. 보지 못하면 듣기라도 해야 하고, 듣지 못하면 보기라도 해야 안전하기 때문에 이중적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잊고 사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부터, 어디로 가야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자신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어려움을 겪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어령 비어령하며 자기밥그릇을 채우는 사람들, 아전인수에 능숙한 사람들, 자기합리화에 달인이 되어버린 사람들,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거나 인정하는 데는 철저하게 인색한 사람들, 혹시 그런 사람이 바로 ‘나’는 아닐까요?
함께 안전을 만들며, 자기의무를 충실하게 감당하며, 자신에 대해 정직하게 돌아볼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비로소 정상이 될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의 일치한다면 그는 훌륭한 사람일 것이며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내가 하는 일은 나만의 것일 수 없습니다. 내가 가는 길은 나만의 길이 아니라 뒤따르는 모든 사람들의 길이어야 합니다. 모두에게 안전하고 평안하며 행복한 길이어야 합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