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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4.05.16 22:26
  • 호수 1010

[수필 신인상 당선작] 내포(內浦)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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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팔 충남당진지역자활센터장

  봄바람이 불어온다. 겨우내 움츠렸던 대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훈풍이다. 이제 내포(內浦)는 다시금 기지개를 켠다. 그렇다. 내 고향은 그 내포 땅 당진이다. 내륙 깊숙이 들앉은 포구란 뜻일 게다. 내포 땅, 당진은 내가 태어난 고향이다. 나를 낳게 하여 생명의 박동이 일게 하고, 살을 찌우게 한 대지이다. 그러니 어찌 소중하지 않으랴. 그래 언제나 귀함이 넘치는 곳이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심지어 한줌의 흙마저, 졸졸 흐르는 시냇물까지 사랑이요, 생명이며, 나의 영혼이다. 열세 살 나이에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 사십여 년 동안 내 머릿속에 떠나지 않은 것은 오로지 고향에서 살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제 정말로 고향에 돌아왔다. 금의환향은 아닐지라도 내 평생의 소망을 이룬 것이었다. 귀향하여 사회복지사로서의 내 꿈을 펼치고자 하였다. 끝내 하고 싶은 꿈을 이루었다. 어느새 11년이 지났다. 그 새 작은 꿈을 이루었다하지만, 가슴속엔 이따금 회오와 절망의 바람이 불고, 때론 성난 파도가 일었다. 그때마다 나는 긴 한숨을 쉬기도 했다. 왜였던가. 그리 청청하고 푸름으로 당당했던 고향의 숲과 산이며, 아름드리 상수리나무와 소나무가 자취도 없어져서 인가. 그보다 그들이 베어지고 무너져 내린 그 자리엔 보기에도 섬뜩한 오물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경계 좋던 산촌 여기저기에 검은 폐비닐과 오염물질들을 보노라면, 가슴이 아프다. 얼마 전, 미국에서 20년 만에 돌아온 조카와 함께 외할머니의 고향인 한진 포구를 찾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아이가 그리워하던 외할머니의 옛집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해안을 따라 새롭게 조성된 공장들만이 눈에 들어왔다. 고향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어머니의 품안처럼 늘 보듬어주던 마음의 고향을 누군가 앗아간 것이었다. 눈물을 글썽이던 그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미처 깨닫기도 전에 현대문명이란 이름의 디지털이 아날로그적인 우리들 삶의 보금자리를 몽땅 앗아간 것이었다. 아마도 그런 상실감이 아이로 하여금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으리라. 내 고향 당진시는 지금 여러 곳에서 곳곳마다 도시다운 변모를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디지털로의 변화미래를 위한 발전은 소중하다. 이에 따른 역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행여 놓칠까 싶어서이다. 도시 발전도 좋지만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모두 잃는다면 어찌하랴. 아름다운 전원도시를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여야 하리라. 내 고향 당진이 진정 명품이 되는 건설, 시민을 위한 도시건설의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지 싶다. 누구에게든 아름다운 신화창조의 당진을 보여주고 싶다. 사랑하는 조카의 외할머니 고향 땅 당진은 세계최고의 친환경 경제도시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다. 죽어가고 무너져 내린 숲과 산림의 푸르름을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미래에 살게 될 후손들의 생명을 보장해주고 물러나야 하리라. 고향은 우리들의 모태이다. 고향심기는 자연보존에서 비롯된다. 낭만이 있고 미래를 노래하는 고향 땅이었으면 한다. 그래 한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진에 살며, 경영하며, 살리겠다는 이들 모두가 한 순간도 당진을 사랑하는 마음을 변치 말아야하지 않으랴. 아름답고 풍성한 고향 당진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진정으로 소망한다.

 송영팔 수필작가는

-나루문학회 사무국장(현)
-성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현)
-충남당진지역자활센터 관장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현)
-계간에세이포레 신인상 수상(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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