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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4.05.24 14:40
  • 호수 1011

가만히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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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 동일교회 담임목사

­­“가만히 있으라.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
넘어져가는 배안에서 공포에 질린 아이들은 서로 서로 손을 잡고 울먹이며 위로합니다. “가만히 있으래”, 구조대가 오나 봐”
추산 304명의 (5월20일 현재)하늘같이 귀한 아이들과 가족들의 생명이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갔습니다. 배는 무려 2시간 동안 서서히 기울어지면서 37m의 깊은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전원구조 소식으로 시작된 재난 담당 차관의 현황보고는 보고할 때 마다 달라졌습니다.
방송은 긴급속보를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300여 명의 잠수부들이 동원되어 최선을 다하여 구조하고 있습니다. 공기를 주입하고 있습니다. 3일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희생자유족들 눈앞에서 숨 넘어가는 소리로 긴급뉴스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방송과 달리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구조 활동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천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물속에 들어갔으나 20cm밖에 보이지 않았고 시야확보가 되지 않아 구조가 어렵다고 연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80cm시야가 가능한 바다 속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300여 명의 잠수부 활동은 가족들이 현장에 달려가 본바 겨우 2명 정도 잠수하고 있는 수준이었다는 것입니다.
한 주가 지나도록 탑승자 숫자도 계속 변경 되고 있었습니다. 생존자 이름도 혼선을 거듭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소리는 거듭되고 있었지만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한 채 35일을 그렇게 지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온 나라가 할 말을 잃었습니다. 형상도 알아보기 힘든 시신을 찾는 것 만으로도 감격해야 하는 기막힌 현장을 지켜보는 가슴은 국가에 대한 실망감으로, 사회에 대한 불신감으로, 아니 우리 모두가 이것밖에 안 되는 나라에 살고 있는가 하는 자괴감으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국가 권력은 국민의 안전과 평안을 지켜주는 리더십으로 족합니다. 공공기관의 살림살이는 권력을 타고 내려오는 낙하산 인사 제도부터 바꿔야 오늘과 같은 일을 다시 일어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은 개인적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을 가져왔지만 더 큰 문제는 온 나라에 신뢰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개인이나 국가나 믿음이 사라질 때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되는 법입니다. 현 정부 들어 일련의 공약파기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리더십회복을 기대해봅니다. 그렇지 못하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할 때 가만히 있지 않는 사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한 일은 이제 우리 모두가 이 고통과 슬픔의 옷을 벗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6.4 지방선거를 통해국가권력이 백성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좋은 선택을 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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