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 칼럼
  • 입력 2014.06.28 10:12
  • 호수 1016

공약을 기억하십니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상연 당진참여연대 사무국장

매번 선거 때면 시민단체·언론·선거관리위원회는 정책선거가 돼야 한다며 매니페스토 운동과 토론, 정책협약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거는 정치적 구도가 60%, 인적 네트워크 구성이 30%로 치러지며 선거 운동은 곧 이미지 구축이라고 한다. 과연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좋은 정책 공약의 득표력이 미미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후보에게 공약이란 당선의 목적이 아니라 당선을 위한 이미지 구축과 바람을 일으키는 수단이다. 어떤 후보는 공약 없이 지역의 대표선수라는 이미지만으로도 당선된다. 무엇을 해주겠다는 공약, 구체성이 떨어지는 덕담과 비전제시형의 공약은 그 실제 사례들이다.
사람들은 먼 미래의 약속, 어떠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보다 자신들에게 즉시 혜택이 돌아오는 공약에 흔들린다. 더구나 모든 공약이 마음에 들어서 지지한 것이 아니라 한 두 개의 공약에 끌려 후보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그것이 공익적인 것도, 자신에게 유익한 것도 아닐 수도 있다.

심지어 공약이 모두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많은 유권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에 대해서는 지키지 말라 집단행동을 하면서, 기초연금 공약은 지켜지지 않는다고 맹비난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최종적으로 공약이 무엇이었는지, 실제로 이행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지방선거 후 겨우 한 달, 사람들에게 당선자들의 공약을 물어보면 대부분 한 두 개만을 기억하거나 공보물을 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4년 후 공보물을 꺼내 보고, 그 이행도를 점검하거나 언론에 뿌려진 공약이행도의 실체를 확인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그러니 후보자에게도, 유권자에게도 공약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해온 매니페스토 운동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보고 우리를 교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미래의 공익을 위해서 현재의 사익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힘든 선택이다. 만일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피폐해진 삶에 대해 오롯이 유권자의 책임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정치란 못된 것’이라는 자기합리화를 할 수 밖에 없다. 즉 결과는 정치혐오와 정치적 무력감일 뿐이다.

이제 유권자로 하여금 끝없이 당선자들의 공약을 기억하게 하고 약속의 진행사항과 그 결과가 어떤지 알게 하는 새롭고 실질적인 매니페스토 운동이 필요하다. 이것은 미래의 공익에 반하는 이율배반적인 투표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또 잘못된 공약의 실천과 좋은 공약을 실천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우리 스스로 점검토록 하는 것이다.

당선자의 공약과 이행사항을 4년 동안 반복적으로 홍보하는 이 운동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치적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이 운동을 통해 매일 이 세계가 우리 자신이 만든 것임을 아프게 확인해야만 우리는 자기 책임을 갖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