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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4.07.19 22:21
  • 호수 1019

[당진시대 시론]
유럽의 문화: 같은 것과 다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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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다른 나라에 가보면 대개 두 가지를 깨닫는다. 같은 사람이지만 많이 다르다는 것을 먼저 느낀다. 생김새도 다르고, 말도 다르고, 먹는 것도 다르다. 특히 처음 해외여행을 하는 경우 그러한 차이에 놀라고 신기해 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두 번째 느낌을 받는다. 많이 다른 줄 알았는데, 지켜보니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모양은 달라도 이목구비 숫자는 같고, 언어는 달라도 그 내용은 짐작할만해서, 손짓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해외여행의 묘미는 그러한 동질성과 이질성을 교차로 감지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있다.
유럽을 여행해 보면, 나라 별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각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를 감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독일 사람들의 음식문화는 지극히 검소하고 수수하다. 소시지와 치즈 그리고 빵만 먹고 산다고 해도 다름이 없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은 먹는 것에 엄청나게 신경을 쓴다. 점심 때 먹는 샌드위치만 보더라도 그 종류와 모양과 맛에서 독일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대신 독일 사람들은 집 단장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할애한다. 한국의 여자들이 화장하고 옷단장 하듯이 정성스레 화단을 가꾼다. 정원이 없는 도심아파트들도 창가에 다양한 화분으로 치장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독일마을들은 단정하고 생기가 흐른다. 반면 프랑스의 집들은 대부분 밋밋하다. 파리 도심에 많은 고급 아파트들이 있지만 베란다에 화분이 걸려있는 집들은 드물다.

필자는 지난 2월부터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마인츠(Mainz) 대학에 방문교수 자격으로 1년간 해외체류 중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대학 대신 굳이 독일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독일이라는 나라를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칸트와 괴테로 상징되는 인본주의 역사가 깊은 나라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수백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야만적 국가인 독일의 수수께끼를 풀어보고 싶었다. 동·서독의 통일 이후 독일사회가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독일을 택한 두 번째 이유는 독일이 유럽국가 중에서도 유독 지방자치와 지역 간 균형이 비교적 잘 유지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도 전국적 언론과 지역언론이 상호 적절히 공존하는 국가이다. 어떻게 그런 균형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세 번째 이유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사회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유럽이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한국과는 가깝지 않은 대륙이지만, 유럽사회가 갖고 있는 문화와 역사를 좀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학자로서, 교육자로서 균형적인 지식과 안목을 갖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독일에서는 영어만 잘하면 사는데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는 독일유학 출신 교수들의 조언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독일사람 중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대학교수들은 대부분 영어에 능통하고, 대학생들도 기본적으로 영어를 할 줄 안다. 하지만 상점이나 거리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을 만나기는 어렵다. 각종 안내 게시판이나 거리표지판이 영어로 써 있는 경우도 드물다.

유럽에서 영어는 ‘해외공용어’가 아니다. 독일뿐만 아니라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도 영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영어는 유럽연합 28개 회원국 중 한 나라인 영국이 사용하는 언어일 뿐이다. 유럽연합국가가 사용하는 언어는 24개에 달한다. 유럽국가들이 역사와 문화면에서는 공통점이 많지만, 언어차이로 인한 소통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동양인이 보기엔 서로 큰 차이가 없는 유럽국가들 같지만, 서로 다른 것도 많다. 그림엽서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지만, 그 역사를 조금만 들추어보면 전쟁과 혁명, 빈곤과 갈등, 침략과 야만으로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남은 시간동안 독일과 유럽의 역사와 문화 속에 숨겨진 ‘같은 것과 다른 것’을 열심히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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