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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4.07.25 23:07
  • 호수 1020

석탄화력 환경피해, 물증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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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지난해 2월 방영된 인기 TV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지금은 유령마을이 된 미국 펜실베니아주 센트레일리아에 대해 다뤘다.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작은 마을이었던 센트렐리아는 19세기 말 대량의 석탄이 매장돼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호황을 맞는다. 하지만 1962년 쓰레기처리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탄층(Coal seam)에 옮겨 붙으면서 마을은 지옥으로 변했다.

매장돼 있는 석탄이 지하에서 연소하기 시작하면서 화재진압을 위해 동원된 소방관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은 잡히지 않았다. 학자들은 석탄이 다 타서 없어질 때까지 250년간 화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탄층의 화재로 유독성 연기가 방출되면서 센트레일리아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마을로 변했다. 50년째 불타는 죽음의 도시, 미국 센트레일리아는 화석연료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이로 인한 파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규모만 작을 뿐, 이와 비슷한 사고가 당진에서도 일어난 적이 있다. 지난 2011년 8월 당진화력의 저탄장에서 일어난 화재는 3개월 이상 지속됐다. 당시 화재로 인해 아황산가스 등 유독가스로 주민들의 민원이 폭주했다.

이처럼 위험한 석탄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당진에서는 당연히 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환경피해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그 때마다 정부와 발전회사에서는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농도가 기준치 이하라며 환경단체가 제기한 의혹을 묵살해 왔다.

이 같은 정부와 발전회사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물증’이 나왔다. 충남도가 단국대의료원 환경보건센터에 의뢰해 충남지역 환경오염 취약지구 6곳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실시한 결과 당진화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건강이 가장 위험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선 심전도 검사에서 당진화력 인근 마을 주민 66명 중 24명(36.4%)의 주민에게서, 순음청력 검사에서는 당진화력 근처 주민 42명(63.6%)과 현대제철 인근 주민 59명(51.3%)에게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특히 당진화력 주변지역 주민들은 심박변이도 검사에서도 심장이 외부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 조사에서도 당진화력 주변 주민들은 고위험군(27점 이상)에 속하는 비율이 가장 많은 곳(33.3%)으로 나타났으며, 간이정신진단검사 결과에서도 수치가 높을수록 위험한 신체화 점수에서 평균 53.1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우울·공포·불안 영역에서도 평균 50점을 넘었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충남도의 환경오염 취약지구 6곳은 △당진화력 △보령화력 △태안화력 △서천화력 △현대제철 당진공장 △서산석유화학단지 등이다. 충남에서 가장 환경오염이 심각한 곳을 골라 건강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중에서도 당진화력 주변 주민의 건강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주민건강영향 조사에서 석탄화력 주변 주민의 심각한 건강피해가 확인됐음에도 동부화력은 환경영향평가에 이어 지난달 전원개발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안전보다 기업의 이윤을 우선시할 경우 치명적인 참극이 예고된다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가 벌써 교훈을 잊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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