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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03 19:44
  • 호수 1028

“귀농·귀촌인, 마을과 하나되는 게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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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학’ 가르치는 삼웅2리 유재석 이장

7년 전 고향 면천으로 내려와 ‘귀농’
지금은 전국 방방곡곡 다니며 특강

 

도시는 서양화를, 농촌은 동양화를 닮았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가장 큰 차이는 여백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동양화에서는 여백에 색을 칠하지 않는다. 반면 서양화에서는 여백을 두지 않고 캔버스 모든 공간에 색을 입힌다. 이렇듯 효율성과 성장을 갈구하는 도시의 삶은 결코 빈 곳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최근 여백의 미가 있는 농촌으로 이동하는 귀농·귀촌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귀농·귀촌인구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건 2000년도부터다. 특히 도시와 농촌의 특징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당진은 수도권과 인접해 있는 지리적 조건까지 맞물려 도시민들의 이주가 높은 지역이다.
반면 장밋빛 꿈을 안고 도시 생활을 청산한 뒤 내려왔다가 영농 기술이 부족하거나 주민과의 마찰 등으로 다시 돌아가는 귀농·귀촌인도 부지기수다. 농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특히 원주민들과의 갈등이 주된 이유였다.

“마을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어우러져 살고 나누려는 자세가 필요하죠. 농법은 시간이 지나면 습득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을을 이해하고 어울려 살기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농사를 짓지 않고 살기만 하는 귀촌인의 경우에는 주민과의 유대 관계나 애착이 덜해 주민과의 갈등이 더 심하죠.”

귀농·귀촌 순기능과 역기능 가져

2007년 귀농한 삼웅2리 유재석 이장은 고향인 면천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그는 최근 MBC아카데미, 연암대학교, 농정원, 한국농수산식품학교, LG전자 퇴직 간부사원 등을 대상으로 ‘이장학’을 교육하고 있다. 유 이장의 이장학은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이 농촌사회를 이해하고 원주민들과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강의다.
“농촌으로 인구가 유입되는 것은 긍정적 현상입니다. 하지만 지역 땅값 상승과 임차 농지의 경합으로 기존 지역주민들에게 피해가 가고 분쟁과 갈등이 증가하는 부정적 측면도 있죠. 결과적으로 귀농·귀촌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2000년도부터 귀농·귀촌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해, 도시문화에 익숙해 있는 이들은 농촌문화를 중심으로한 원주민들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이는 2010년도부터 사회문제로 점차 떠오르기 시작했다.
유 이장은 “작물재배기술만 익혔을 뿐 농촌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귀농·귀촌이 이뤄졌고 농촌문화에 익숙해 있던 주민들 역시 도시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상호 간의 작은 의견차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감정적 문제가 소송이나 다툼 등 법적문제로 번진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유재석 이장은 이장학을 통해 기본적으로는 이장의 역할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으며 귀농인과 주민 간 화합에 이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 이장은 “귀농·귀촌인 일부는 ‘내 일 열심히 하는데 왜 이상하게 보느냐’고 말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라며 “농촌은 30% 이상이 마을 일이기에 협동과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주민, 귀농·귀촌인과 함께해야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인들은 영농교육뿐만 아니라 정착하고자 하는 농어촌 지역이 자신에게 어떤 역할을 요구하는지 살펴보고 준비해야 합니다. 최근 귀농·귀촌인들이 도농교류, 농촌체험관광 등 농촌마을 활성화 사업에 마을 사무장이나 생태체험 해설사, 문화유산 해설사 등으로 참여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는 사례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어요.”

농촌은 도시와 달리 공동체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귀농·귀촌인들은 지역주민과 함께 해야 한다는 점에서 농촌의 여백을 읽고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림이나 사람이나 비움이 많을수록 품을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유 이장은 귀농·귀촌인들에게 이장의 역할을 통해 농촌사회를 이해시켜 바람직한 귀농·귀촌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귀농·귀촌인에 대한 지역주민의 이해를 돕는 교육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향후 이장을 비롯한 부녀회장, 노인회장, 지도자 등 마을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귀농·귀촌인들의 진면목을 보여 줄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 이장은 “귀농·귀촌인구와 원주민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서로가 갈등을 뛰어 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귀농·귀촌인은 고령화돼가고 있는 농촌사회의 일꾼이자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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