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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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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속에서 ‘자활’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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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활기업으로 창업한 ‘지구 앤 자원’
인생의 디딤돌재활용 수거 사업

남들은 쓰레기를 만진다며 ‘지저분하다’고 손가락질 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 안에서 자활(自活)을 찾았다. 번번이 넘어지며 일어나지 못할 것 같던 삶이지만 이들은 다시 바로 섰고 또 서야만 했다. 조현식 대표를 포함한 4명이 자활을 위해,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 충남당진지역자활센터 ‘지구 앤 자원’에 참여하고 있다. 

연이은 실패, 결국 부도까지

지구 앤 자원의 조현식 대표는 군대서 운전병으로 복무했다. 사회에서도 택시운전기사부터 화물차까지 몰면서 전국을 오갔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8t 차에 생선을 운반할 때는 새벽 3시안에 서울에 도착해야만 하기 때문에 잠을 이겨가며 7시간 동안 도로 위를 질주해야 했다. 그 뒤 운전을 그만 두고 많은 사업을 했지만 성공의 기쁨보다는 실패의 쓴맛을 맛봐야만 했다.
또한 중간에 믿었던 지인에게 배신당했던 때도 있었고 가족이 그를 떠났던 때도 있었다. 그도 실패와 함께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다.

당시 3살과 4살이었던 어린 자녀들이 있기에 다시 일어나야 했다. 그 뒤 고물상을 차리고 3년간 잘 운영했지만 무거운 물건을 들다 팔 근육이 손상되며 오른쪽 손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부도를 맞았다.
“부도난 후 4~5개월 간 고물상을 제 손으로 정리했죠. 그때는 마음이 참…. 그래도 그 뒤 자활센터에 들어가고 지구 앤 자원으로 창업에 성공했어요. 이제 제 목표는 지구 앤 자원이 자활기업을 넘어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이에요. 힘들겠지만 꼭 하고 싶어요.”

황토벽돌·재활용 사업까지

지구 앤 자원 총무 이화자 씨는 황토벽돌을 만드는 황토그린사업단부터 지금 하는 재활용 사업까지 여성으로써는 하기 힘든 일을 거뜬이 해내고 있다. 어렵지 않냐는 물음에도 “힘든 때가 있으면 쉬운 때도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38세의 이화자 총무는 검정고시를 앞 둔 20살의 딸과 초등학교 6학년, 1학년의 자녀가 있다. 어린 나이에 임신해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생계를 위해 노동판을 전전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막막했던 삶을 뒤로하고 점점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
그는 자활 사업에 대해 “급여가 적고 몸이 힘들어도 보람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구 앤 자원이 되기 이전 조현식 대표가 운영했던 고물상에서부터 함께 일해온 이 씨는 이곳에서 운전면허증을 땄으며 내년 7월이면 무사고 3년 경력을 인정받아 지게차 5t 면허증도 시험볼 예정이란다.

혼자 딸 키우며 살아와

박혜란 씨는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이 하나 있다. 남편 없이 박 씨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어려움에 항상 생활고에 시달렸다. 부산 출신인 박 씨가 현대제철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당진을 찾았고 일이 끊긴 이후에는 더욱 어려운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딸이 있기에 일을 해야만 했고 자활센터를 알게 되면서 간병 일을 거쳐 지구 앤 자원까지 오게 됐다.
“여전히 힘든 것은 마찬가지에요. 그래도 이젠 일이 손에 익어 재밌어요. 딸이 있는데 제가 매일 구박하지만 딸은 엄마가 좋대요. 항상 딸한테 못해주는 것이 미안하네요.”
박 씨는 앞으로 일이 손에 익어  자리를 잡아 가는 것이 지금의 목표라고 전했다.

뼈다귀 씹는 것이 ‘소원’

양돈목 씨는 치아가 모두 엉망이다. 하나 씩 상한 치아를 치료하기엔 돈 들어갈 일이 이쪽 저쪽에 생겼다. 또 형편이 나아졌다 싶어 치료하려 하면 다른 곳에서 일이 터지곤 했다. 그렇게 치아를 방치하다 보니 어느새 치아가 모두 내려앉았다.
하지만 자활센터에서 근무하며 지원을 받아 현재 치과 치료 중에 있다. 그는 치료가 끝나면 ‘뼈다귀(?)’를 씹는 것이 소원이란다. 그는 “이 치료 하면 고기를 마음껏 씹고 싶다”고 말했다.

목수·주물 거쳐 이곳까지

김일호 씨는 손재주가 좋아 목수도 하고 간판 등을 작업하는 주물일도 했지만 그렇게 일을 오래하진 못했다. 그 후 현대제철 협력업체에 일이 있단 소리를 듣고 경상북도 예천 출신임에도 이곳 당진으로 오게 됐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지며 일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김 씨는 자활을 통해  다시 일어서고 있다. 현재 52세의 나이지만 3살과 6살의 어린 자녀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는 가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에는 애들하고 잘 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의 삶에는 모진 풍파가 늘 따라 붙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제 재활용은 그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향한 발판이자 디딤돌이다.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재활용 안에서 ‘자활’을 찾고 이제는 한 발 더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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