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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5.01.23 19:30
  • 호수 1044

[기고]얼마에 양심을 파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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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당진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담당 주임

예전에 방송에서 재미난 심리실험을 본 적이 있다. 일종의 몰래카메라였는데, 설문지 작성 도중 화재경보가 울리면 실험 대상자의 반응을 살펴보는 실험이었다. 혼자일 때는 화재경보가 울리면 설문지 작성을 멈추고 그 장소를 이탈해 버린다. 실험보다 내 살 길이 급한 것이다. 하지만 여럿일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누구 하나 먼저 나서는 사람이 없으면 태연히 하던 일을 계속한다. 실제 상황이었으면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인간(人間)’이라는 말이 내포하듯이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우리는 의미가 있다. 함께할 때 우리의 존재는 빛을 발하고 가치가 상승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앞서 실험에서는 오히려 같이 있을 때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여주었다. 사이렌이 주는 메시지보다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집중한 까닭이다. 일례로 청소년들이 또래들과 어울려 별다른 죄의식 없이 폭행·절도 등 나쁜 짓을 일삼거나, 대낮에 시내 한복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도 목격자들이 피해자의 외침을 외면하고 침묵하는 것은 집단의 광기라고 불러야 될까. 이와 같이 집단 속에서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나의 행동을 결정하고 정당화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참혹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는 3월 11일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이뤄진다. 우리 지역에서는 16개 농·수·축·산림조합에서 조합장 선거가 동시에 실시된다. 2005년 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장 선거를 위탁관리해 온 이래 조합장 선거가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조합장 선거의 특성상 후보자와 조합원 간 혈연·지연 등에 따른 친분관계가 두텁게 형성돼 있어 신고·제보가 저조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금품수수를 조합 환원사업의 연장 또는 인간의 도리이자 미풍양속으로 여기는 등 별다른 죄책감을 갖지 않는 분위기도 한 몫 하고 있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서는 엄연히 조합장 선거에서 기부행위와 선거인 등 매수행위 등을 제한·금지하고 있다. 법은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한 사회 구성원의 약속으로 우리를 보호하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또한 법은 우리 사회가 올바른 가치를 지향하고 바른 길을 가도록 안내하는 ‘사이렌’ 역할도 한다. 이렇게 우리가 상생하기 위해 필요한 법이지만, 누군가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기도 하며, 처벌에 아랑곳 않고 비웃기라도 하듯 대담하게 범죄를 자행하기도 한다. 불법이 만연하다 보면 너도 나도 죄라는 것에 무감각해진다.

“본인은 조합장으로 당선되면 제 잇속을 챙기는데 앞장설 것이고, 조합원의 권익증대와 조합의 발전 따위는 도외시할 뿐 아니라 법령과 규정을 우습게 알며 각종 편법을 일삼겠습니다. 또한 조합장이 가진 권한을 최대한 남용하고 조합경비를 마치 제 돈처럼 여겨 여러분께 뿌린 돈 이상으로 거둬들이겠습니다. 지금 제가 드리는 이 돈으로 당신의 양심을 사겠으니 이번 선거에서 부디 저를 찍으시고 조합장이 된 제가 무슨 짓을 하든지 일절 관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금품수수를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러한 선언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당진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조합장 선거에서 관행화된 불법적인 금품수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계도·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돈 선거는 건전한 조합원의 의사를 왜곡해 조합의 발전을 좀먹고 결국 벼랑 끝으로 내닫는 쥐떼와 같이 조합 전체의 공멸을 초래할 뿐이다. 조합원 여러분들이 법에 근거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사이렌 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번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법과 원칙에 따른 깨끗한 선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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