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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의 요양보호사 성인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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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참 즐거워.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잖아”

자살 직전까지 갔던 우울증도 극복

봉사하는 사람 “부러워”

석문면 삼봉리에서 살고 있는 성인옥 씨는 어김없이 새벽 6시 35분 첫 차에 오른다. 70세의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그는 쉬는 날 없이 누군가의 손과 발이 되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는 여전히 삶의 무게가 무겁지만 그래도 “일하는 순간은 항상 행복하다”고 말한다. 성 씨는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향해 오늘도 한껏 미소를 짓는다.

파랗던 하늘…노래지던 그 순간

20세 때 지인 소개를 통해 만난 남편과 결혼했다. 둘 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다. 3남 4녀를 낳고 일만 했다. 쉴 틈도 없었다. 그렇게 아등바등 번 돈으로 간척지 땅이 있다는 당진 소식을 듣고 20마지기(4000여 평)의 논을 사서 당진에 정착했다. 넉넉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생활이었다. 그렇게 아내로, 7남매의 엄마로 살아왔다. 하지만 하늘은 늘 파랗지만은 않았다. 그의 나이 51세,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그 뒤 큰 아들 사업이 부도를 맞았다. 논을 팔고 빚까지 졌다. 성 씨는 “하늘이 노래지더라”라고 말했다.
“평생을 돈 없이 살아왔지.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일했고 평생 번 돈으로 논 사서 당진에 왔어. 근데 그렇게 고생해서 산 땅이 한 순간에 날아 가니 하늘도 땅도 다 노래지더라고.”

20층 높이 오가며 페인트칠

없는 형편에 손자마저 성 씨에게 맡겨졌다. 돌도 되지 않은 손자는 엄마가 곁에 없는 것을 아는지 빽빽 울기 바빴다.
그 당시 성 씨 혼자 건사하기도 힘든 여건이었음에도 그는 손자를 가슴으로 안기로 마음먹었다.
“돈은 없고, 애는 울고. 애가 울면 옆에서 같이 울었어. 엄마 사랑 못 받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 눈물 나더라고. 그래서 우리 손자가 크는 동안 옆에서 항상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있어.”
주머니엔 한 푼 없었다. 하지만 살아야 했다. 아이 배는 굶길 수 없었다. 쉰이 넘은 나이에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했다. 그는 “안 해 본 일 없다”라고 말했다. 대산 화학공장에서 20층 높이의 건물을 오가며 페인트칠을 하기도 했고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5년 간 일하기도 했다.

자살직전 까지 갔던 우울증

그에게 찾아온 ‘우울증’은 생각보다 깊었다.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했다.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생활고와 어려움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때 우연히 요양보호사에 대해 알게 됐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당진돌봄사회서비스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그때가 바로 10년 전, 2005년 10월이었다.
그는 “친정어머니가 치매로 많이 아프셨다”며 “하지만 어려운 형편에 돌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마음이 평생 동안 남아있어 다른 사람의 부모라도 내 부모처럼 섬기고 싶었어.”

새로운 삶의 행복, 요양보호사

요양보호는 그에게 새로운 활력을 줬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을 찾아가 빨래, 청소, 말동무 등 다양한 도움을 제공했다. 석문면 삼봉리에서 살고 있는 그는 거리가 먼 합덕, 신평 삽교천 등 버스로 어르신들을 찾아갔다. 또 다른 요양보호사들이 어려워하는 어르신들도 마다하지 않고 맡았다. 청소기가 없는 집은 직접 빗자루로 쓸고 손걸레질을 했다. 세탁기가 없는 집의 이불 빨래는 집으로 가져와 세탁하기도 했다. 그래도 힘든 것 하나 없다고 그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어르신들이 ‘기다리느라고 눈 빠지는 줄 알았다’고 말해. 나 같은 사람 누가 기다려주겠어. 일 하는 게 정말로 행복해. 나는 이게 천직인가 벼.”

부러운 사람은 ‘봉사자’들

평생을 묵묵히 살아왔다. 그 고생들은 몸에 남아 허리에는 디스크가 왔고 무릎의 연골은 다 닳았다. 하지만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여전히 무거운 삶의 무게가 남아 있지만 그래도 그는 “없이 살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나는 인자 남들 많이 가진 거 하나 안 부러워. 근데 딱 하나 부러운 게 봉사하는 사람들이 대단하지. 파지 주워서 애들 장학금 주고, 시간 내서 봉사하는 사람들 보면 참으로 부럽더라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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