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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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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알렐루야!

>> 4월 5일, 예수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흥식 라자로의 말씀을 정리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와서 그분께서 누워 계셨던 곳을 보아라."(마태 28.5-6) 우리 모두 이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합시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복음의 절정이며, 그리스도교 신앙과 신비의 시작이자 마침입니다. 창조에서 강생,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 십자가 위의 죽음에 이르는 모든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는 주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사람의 몸으로 세상에 오시고,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죽음 앞에 상실하고, 집착하며, 분노하는 우리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과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한 과학 기술은 물질적 풍요와 편안한 생활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15초마다 충분히 먹지 못해서 죽어가는 어린이가 있으며, 전 세계 부의 소수 집중과 일자리 감소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물질적 빈곤은 자본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에 우선하는 체제와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이기주의라는 죄의 결과입니다.

이처럼 죄로 가득 찬 빈곤 앞에 어느 누구도 자신은 빈곤하지 않으며, 이웃과 나의 빈곤에 “나는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잘못된 체제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우리 죄가 너무나 큽니다. 고통 받는 이웃에 무관심했으며, 인성보다 성적을 중시하며 자녀를 교육했고,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원칙을 슬그머니 저버리거나 직위로 타인의 인격을 짓밟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며, 자비와 희망의 메시지를 품고 빈곤을 치유할 용기와 힘을 줍니다.

교회는 무관심의 바다에 떠있는 섬으로 빈곤에 지쳐 표류하는 이들의 안식처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으로 비춰진 우리는 무관심의 고리를 끊고 빈곤에 처한 세상을 향해 자신을 내어주어야 합니다. “네 아우는 어디 있느냐?"(창세 4,9)고 물으시는 주님께 응답하며 가정, 사회, 국가, 세계에서 가장 약하고 작은 지체를 우선적으로 섬겨야 합니다.

이 시점에, 평신도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평신도는 교회에 속해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바로 ‘교회’(「교의 헌장」 32항)라는 분명한 의식을 지니셔야 합니다. 교회는 사제 중심적이며 교계 중심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복음 선포와 인간 성화로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키고, 현세 질서를 완성하는 평신도의 활동(「평신도 그리스도인」 42항 참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는 교황님이 선포하신 「자비의 희년」이 시작되는 해입니다. 땅을 원소유주에게 돌려주고, 가난하거나 그 밖의 사정으로 노예가 된 유다인들을 풀어주었던(레위 25장 참조) 유다인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보니파시오 8세 교황님이 제안한 성년제도를 거쳐,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선포한 2000년 대희년에 이은 특별희년입니다. 로마의 4대 성전 성년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되는 희년에 교회는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며 용서하는 가운데 세상과 화해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장한 순교성인들로 하여금 온갖 유혹과 잔인한 고문의 두려움을 이기고 신앙을 증거할 힘을 주셨습니다. 신앙을 받아들이고 노비문서를 불태우며 형제애를 실천했던 순교성인의 자랑스러운 후손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희년을 부활절인 오늘부터 준비합시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관심의 사슬을 끊어주시고, 빈곤을 치유하시며, 우리를 한반도와 세상의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앞당기는 신앙의 증거자로 이끌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진심으로 부활을 축하합니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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