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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에서 다시 희망을 노래하다
한국 최초 요트 세계일주 성공한 김승진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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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일간 4만2000km 항해
죽을 고비 넘기며 절망을 희망으로

 

 

“아들아! 빨리 와!! 우리 아들, 어여 와…”
푸른 바다 위, 하얀 요트에서 손을 흔드는 아들의 모습이 보이자 어머니의 애절한 목소리가 바다를 향했다. 할머니와 함께 방파제에 서 있던 딸은 ‘아빠 보고 싶었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당장이라도 아빠를 향해 뛰어가고 싶은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왜목 앞바다에 김승진 선장(54·경기도 고양시)이 나타났다. 210일, 장장 7개월 만이다. 달라진 거라곤 출발할 때보다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카락뿐이었다. 요트로 지구 한 바퀴를 돌겠다는 꿈 하나로 중년의 한 남자는 지난해 10월 19일 왜목항에 배를 띄웠다. 거센 바람에 돛대가 부서졌고, 바다에서 돌고래 떼와 놀다가 느닷없이 상어를 만나기도 했다. 격한 풍랑에 배가 뒤집히는가 하면 약탈하려는 해적들이 야심한 밤 몰래 그를 쫒아오기도 했다.

제아무리 모험을 즐기는 당찬 ‘긍정남’일지라도 생명의 위협이 느껴지는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고, 때때로 희망항해를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절망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무런 대가 없이 그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건넸던 사람들이 눈앞에 아른 거렸다. ‘성공하지 못하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순간순간 기지를 발휘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절망을 희망으로 만들어가면서 희망항해를 완성해낸 김승진 선장이 대한민국 최초로, 세계에선 6번째로 단독 무기항 무원조 무동력 요트 세계일주를 마치고 지난 16일 왜목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날 김 선장의 가족들과 지역주민들이 기쁨으로 그를 맞이했으며,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참석해 김 선장의 무사귀환을 축하했다.

이날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김승진 선장의 위대한 도전과 성공을 축하한다”며 “해양관광산업이 주목받는 가운데 당진시에서도 마리나 조성 사업 공모에 참여한다면 타 후보지와 함께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희망항해 추진위원장이자 충남도계 및 당진땅 수호 범시민대책위원장인 김종식 위원장은 매립지 분쟁과 관련해 평택시와 행정자치부를 규탄하는 어깨띠를 두르고 무대 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김승진 선장의 무사귀환에 감사하다”면서 “김 선장은 망망대해에서 사투를 벌이며 대자연과의 싸움에서 굴복하지 않고 한민족의 긍지를 전세계에 떨쳤다”고 말했다.
이날 김승진 선장은 김홍장 당진시장으로부터 명예시민패를 수여받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국제로타리 3620지구 조선형 총재는 김 선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기념식이 끝난 뒤에는 비치웨어 패션쇼를 비롯해 대중가수 노라조 및 인디밴드 공연이 열렸으며, 다음 날 진행된 김태훈 팝칼럼니스트와 함께한 토크콘서트에서는 김승진 선장과 육상지원팀의 생생한 항해 이야기가 펼쳐졌다.

 

[인터뷰] 김승진 선장

“희망 놓지 말고 삶을 알차게”

“모든 순간이 고비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심리적 절망감과 좌절감을 극복해 내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죠. 희망항해를 응원해준 분들을 생각하면서 이겨냈습니다. 살아 돌아오게 돼 정말 다행이네요.”

요트 아라파니호를 타고 210일 동안 바다에서 생활하며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온 김승진 선장은 다시 땅을 밟게 된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차오름을 느꼈다. 그리웠던 가족들과 희망항해 육상지원팀, 그리고 도움을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바다의 에베레스트라고 불릴 정도로 거센 바람과 파도가 몰아치는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단 케이프혼을 비롯해 수많은 고비도 있었지만 이따금씩 평화로운 바다 위에서 바라본 저녁 노을은 항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다.

김승진 선장은 “살아가면서 한때 죽음을 생각했을 정도로 나 역시 힘든 시기가 있었다”며 “절망 앞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 태어난 여러분의 소중한 삶을 알차게 챙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아픔과 슬픔이 무척 컸습니다. 바다에 도전하고 이를 극복하면서 다시 희망을 발견하고 싶었죠. 이번 희망항해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정말 이제부터 시작이죠.” 

 

 

 

[인터뷰] 손유태 육상지원팀장

“이제야 발 뻗고 잘 것 같다”

지난 7개월간 희망항해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운 숨은 조력자들이 있다. 바로 희망항해 육상지원팀이다. 특히 무동력 항해에서 가장 중요한 바람·조류 등 기상정보를 제공해온 손유태 육상지원팀장은 김승진 선장을 안자마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제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상을 보면서 한 사람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다는 부담감이 정말 컸습니다. 위험한 구간을 지날 때면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죠.” 손유태 팀장은 “김승진 선장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무사히 돌아와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인터뷰] 어머니 정영자 여사

“당진시민들께 감사합니다”

아들이 바다에 있는 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느냐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승진 선장의 어머니 정영자 여사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부터 흘렸다.

그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나 파도가 높은 위험한 구간을 지날 때, 해적이 많은 순다해협을 지날 때는 아들 걱정에 잠도 못잤다”며 “희망항해를 끝까지 응원해 준 당진시민들과 국민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거듭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바다에서의 슬픔을 다시 바다를 통해 극복할 수 있길 기도했습니다. 아픔을 겪고 있는 모든 분들이 희망을 얻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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