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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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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표정기 씨(합덕읍 운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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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요가하는 할아버지

“원! 투! 쓰리! 포!”
쿵쾅 대는 빠른 음악에 젊은 사람들도 동작을 따라하기가 버거울 정도다. 리듬을 따라 팔 다리를 휘젓기도 하고 가슴부터 허리, 엉덩이까지 꿀렁대는 ‘웨이브’ 동작까지, 쉽지 않다. 온통 여성들뿐인 다이어트 댄스 교실에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젊은이들도 노래 한 곡을 끝내면 숨을 몰아쉬는데,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한 분이 아주 열심이다.

합덕읍 주민자치센터에서 다이어트 댄스와 요가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표정기(75·합덕읍 운산리) 씨의 삶은 생기가 넘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갔다가, 소들공원에서 아침 운동을 하고, 주민자치센터에서는 격일로 다이어트 댄스와 요가 수업을 듣는다. 여유 시간에는 탁구도 친다. 그는 남부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요리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있다. 그의 하루는 건강함이 넘친다.

왕년엔 ‘기계체조 선생님’

인생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사람이 태어나면 한 세기를 산단다. 60세만 넘어도 영감님 소리를 듣던 시대는 옛말이고, 이제는 경로당에 가면 “젊은이” 또는 “막내” 소릴 듣는다는 게 농담이 아닐 정도다.

인생의 시계가 무척 길어졌다. 60세를 전후로 사회에서 은퇴하면 20~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인생은 길어졌는데 노년을 보내는 방법은 사실 마땅치 않다. 많은 노인들은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

“나는 경로당에 안 가요. 가서 담배 피고, 화투 치는 것 보다 이렇게 젊은이들하고 운동하면서 지내는 게 훨씬 좋아요.”

어느덧 일흔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 표정기 씨는 나이를 잊을 만큼 건강하다. 지난 2005년 합도초등학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43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 한 그는 교정에선 ‘기계체조 선생님’으로 불렸다. 젊었을 때부터 워낙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학창시절 내내 기계체조를 했다. 1988년도에 도성초등학교로 발령받았을 때는 교육청으로부터 체육 특기자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표 씨는 “운동을 하면 뼈가 굳지 않고, 몸이 가볍고, 움직임이 둔해지지 않는다”며 “감기는 약도 안 먹고 이겨 낼 정도”라고 말했다.

댄스·요가 교실의 청일점

젊은 여성들로 가득한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머쓱할 법도 한데, 표정기 씨는 그런 건 중요치 않다고 말한다.

“처음 할 때부터 망설임 같은 건 없었어요.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이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잖아요. 잘하든, 못하든 용기를 내서 하는 거죠.”
제자였던 아이가 지금은 은퇴한 선생님을 가르치는 강사가 됐고, 함께 수강하는 주변 사람들도 그를 배려해주면서 오히려 배움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렇게 다이어트 댄스와 요가를 시작한 게 3년째다. 몸이 마음 같지 않아 강사의 동작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집에서도 연습의 연습을 거듭한다. 그래야만 수업시간에 겨우 따라갈 수 있단다.  운동뿐만 아니라 요리 교실에도 참여하고 있는그는 자신이 만든 수제 요거트를 내왔다. 복지관에서는 피자도 만들고, 치킨 요리도 만들었다.

유일한 바람은 아내의 건강

몸도 마음도 건강한 그가 가장 마음이 쓰이는 게 있다면 아내다. 신장이 좋지 않아 수술을 거듭한 아내는 힘이 없어 방 안에 누워 있을 때가 많다. 표 씨는 “아내의 건강이 회복되는 것 말고는 더 바랄 게 없다”며 “새벽기도에 갈 때마다 아내를 위해 늘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가장 큰 걱정은 늙어서 자녀들에게 혹여 폐를 끼치진 않을까 하는 것이다. 표 씨 역시 아내와 함께 그저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노년의 가장 큰 바람이다.

“아프면 자식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더 건강하게 살아야 해요. 노인들이 노인처럼 살지 말고, 젊은이들처럼 활기찬 노후를 보냈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오래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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