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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시론]권중원 당진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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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빈곤문제 남의 일 아니다

서울의 마포대교는 자살율 1위의 다리이다. 자살 이유는 빈곤과 생계문제가 전체 중 25.2%로 가장 높다. 관할 경찰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하기 힘들어서인지 결혼 직전 헤어진 남녀가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고 얘기한다.

오늘날 한국의 신(新) 빈곤의 모습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그 첫 번째는 빈곤의 위험범위가 매우 넓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스스로 일해서 돈을 벌기 어려운 사람들이 가난에 빠졌지만 이제는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도 쉽게 가난에 빠진다. 두 번째로, 가난을 느끼는 영역이 확대되었다.

과거에는 빈곤을 소득의 부족으로 파악한 반면, 지금날 빈곤은 ‘생존’의 개념에서 ‘인간다운 생활’이라는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세 번째로, 가난의 결과가 물질적 결핍을 넘어 사회적 고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난해도 이웃이 살아있는 판자촌은 이미 사라졌다. 이제 가난은 고립과 단절, 가족의 해체를 의미한다. 네 번째로,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있는 희망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누구나 빈곤극복을 자신했다. 이제 빈곤은 경제가 나아지거나 경기가 회복되면 저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소득의 문제가 기회의 박탈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절대빈곤률은 7.6%에 달한다. 매달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이 5000만 인구 가운데 400만 명에 달한다. 상대빈곤율은 14.0%다, 그러나 만65세 이상 노인층의 상대빈곤율은 49.2%로 급등하며 이는 OECD 평균인 12.4%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이어지면서 저임금·비정규직이 양산되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대비 32.6%가 비정규직이다. 임금수준도 정규직에 비해 61.3% 수준이다. 현대자동차 공장의 자동차 앞바퀴 조립 노동자와 뒷바퀴 조립 노동자의 노동량은 동일한데 급여가 두 배 가량 차이 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이유는 앞바퀴 노동자는 정규직이고 뒷바퀴 노동자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란다. 양극화의 일례다.

대학 4학년 취업준비생들 암담한 현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특히 자기가 벌어 공부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현실은 고달프기만 하다. 청춘을 누릴 틈도 없이 바쁘게 살아온 이들에게 4년간 대출받은 학자금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는다. 군 입대 기간 중 이자를 못 갚아 제대할 때쯤 신용불량자가 되었다거나, 취업을 못한 대학 졸업생들이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주변의 얘기를 접한다. 부모의 지원을 받는 학생들이 더 많이 정규직에 채용된다는 게 현실이다.

극심한 사교육 경쟁에서 이미 청소년들은 부모의 경제력이 자신의 미래를 규정할 것을 예감하고 있다. 자녀의 장성이 곧 빈곤 탈출의 시점이었던 일은 과거지사일 뿐, 빈곤의 대물림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빈곤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희망’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넓은 영역에 걸쳐 빈곤을 경험하고 있으며,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빈곤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경제만 성장하면, 일할 의지만 있으면 빈곤에 벗어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 성장이라는 구시대적 해법으로는 빈곤을 해결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경제학자들은 얘기한다.

성서는 돈을 사랑하는 것이 악의 뿌리요, 물신을 섬기는 것과 하나님을 섬기는 것을 함께 할 수 없으며, 절대적인 부와 빈곤에 대해 말하는 경우 열이면 열 부자에게 화가 있을 것이고, 가난한 자에게는 복이 있을 것이라고 선포하고 있다. 우리는 돈을 경멸하는 것이 아니라 돈밖에 모르는 사회를 경멸한다. 돈 버는 사회를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돈에 미친 사회를 우려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빈곤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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