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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
  • 입력 2015.09.04 18:41
  • 호수 1074

[종교칼럼]정곡교회 오정윤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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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교회의 뜨거운 여름이야기

a올해 여름 내내 풀 뽑고 김 메고 제초작업하며 보냈다. 가끔은 고추도 따고 참깨도 베고 나르고···. 교회에 있으면서 여름에 꼭 하고 싶은 것은 여름성경학교와 수련회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당진동지방에 소속된 교회 중에 2주간 여름 수련회를 한 교회가 있다. 천안과 서울에 있는 교회의 청년들이 그 교회를 찾아온 것이다. 그 교회는 송악읍 복운리에 위치한 복운감리교회(담임목사 이재현)다.

풀 뽑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의자, 테이블, 천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호미를 내려놓고 작은 짐수레에 필요한 것을 싣고 정곡리에서 복운리로 가는데 왜 그리도 설레는지 꼭 우리 교회가 수련회를 하는 것만 같았다. 기뻤다. 아니 이렇게라도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서울 룻 감리교회에서 온 청년들은 교회 외벽에 칠을 하고 있었고 어린이들과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혹시 뭐 더 필요한 것은 없을까? 두리번거리다 돌아왔다.

15명 청년들이 45인승 버스를 타고 왔다. 빈 좌석은 없었단다. 3박4일 동안의 필요한 물품이 나머지 30석을 차지하고 온 것이다. 청년들은 마을 이웃을 위해 찜통 더위에 육개장을 끓이고 수육을 삶는다. 이재현 담임 목사는 동네 어르신들을 모셨다. 고덕상장교회 동생목사도 와서 형을 도왔다.

어르신들은 “오늘 잘 먹고 가유”, “고마워유”라고 말하곤 하얗게 쇈 머리를 청년들에게 맡기고 새색시처럼 웃으신다. 한 쪽에서는 벽화를 그리고 한 쪽에서는 파마와 염색을 한다. 그들의 얼굴 한 쪽은 검게 그을렸지만 나머지 한 쪽의 모습은 강렬한 의지가 보인다.
저들은 어째서 이 뜨거운 아스팔트위에 서 있는걸까? 아니 꾸부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 엎드려 있는가? 1970~1980년대에는 시골 어느 교회고 아이들이 북적거렸다 한다.

우리 교회도 그랬단다. 그리고 교회가 전부였던 시간이 있었단다. 나흘이 지나서야 그들이 돌아간다고 45인승 버스가 도착했다. 돌아갈 때는 텅텅 비어서 돌아간다. 남김없이 다 주고 돌아간다. 그 사이 몇 청년들의 눈이 다시 뜨거워진다. “다시 올게요”만 반복하는 그들의 얼굴에서 빛이 난다.

나도 쓰레기 한 차 싣고 돌아간다. 기쁘게 덜크덩 덜크덩 한 차 싣고 가는 마음이 가볍다. 기쁘고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으니라. (베드로전서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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