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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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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엄마 시각 잃는 아빠
<사랑을나눠주세요>송산면 유곡리 별님이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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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할아버지에 앞 안보이는 할머니까지
일용직 아버지 일자리도 막막

“할아버지가 몽둥이 들고 왔다”
어제 저녁을 먹고 있는데 할아버지(전일성·74)가 할머니(신영순·73)를 때리겠다고 무섭게 생긴 몽둥이를 들고 소리를 질렀다. 지난번에는 칼을 드셔서 너무 무서워 오빠(민수(가명)·12)랑 방으로 도망쳤다. 근데 이제는 덜 무섭다.
그래서 내가 할머니를 구해주고 싶어 할아버지한테 몽둥이를 빼앗았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치매라고 하셨다. 우리를 위해 요양병원이라는 곳에 보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하셨다.

“내 얼굴 안 보이는 할머니”
오늘은 할머니가 일을 하러 가시는 날이다. 할머니는 시각장애 1급이다. 내 얼굴도 잘 안 보인다고 하신다. 그래도 돈을 벌어야 한다며 (사)충청남도지체장애인협회 당진시지회의 심부름센터에서 폐지를 줍는다. 할머니는 옛날부터 우리 집이 돈이 없었다고 했다. 아주 오래전에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서 식모살이를 했는데 그때가 작은아빠(전유진·46)가 3살이었다고 한다. 1년을 살다 고향에 오니 작은아빠 행동이 조금 이상했단다. 이 이야기만 하면 할머니는 우신다. 그 때 4만 원씩 돈 벌어서 겨우 밥만 먹고 살았다고 그랬다. 작은아빠는 두 달 전까지 우리랑 같이 살았는데 지금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계신다. 언제 오실까?

“아빠도 내 얼굴 안 보여?”
오늘은 아빠(전유만·48)가 일을 나가지 않으셨다. 우리 아빠도 할머니처럼 눈이 안 좋다. 점점 내 얼굴이 안 보인다고 하신다. 당뇨합병증으로 처음엔 오른쪽 눈만 안 보인다고 하시더니 이제는 아예 안보이고 지금은 왼쪽 눈도 서서히 흐려진단다. 아빠가 내 얼굴을 보지 못할까봐 걱정이다. 아빠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나가신다. 오늘은 일거리가 없어 나랑 같이 집에 있는데 이런 날이 잦으면 한 달에 60만 원만 가져오시기도 한다. 그럴 때면 할머니는 한숨을 쉬신다.

“엄마 보청기 사주고 싶어요”
엄마(김은지·40)가 나한테 화를 냈다. 우리 엄마는 태국 사람이다. 아빠랑 엄마는 2003년에 만나 결혼했다. 엄마는 귀가 안 들리신다. 보청기가 없으면 내 목소리를 하나도 듣지 못하신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랑 선생님은 다 내 말을 잘 알아듣는데 엄마만 모른다.
가끔 시간이 날 때면 숙제를 도와주는데 오늘은 나한테 이것도 모르냐며 화를 냈다. 사실 공부를 알려주시다가 화를 많이 낸다. 그럴 때면 엄마가 너무 무섭다.
 

“받아쓰기가 너무 어려워”
오늘은 받아쓰기 0점을 맞았다. 오빠는 20점이라는데 왜 나는 0점일까? 나도 친구들처럼 공부하러 학원 가고 싶은데 목요일에만 학습지 선생님이 온다. 할머니는 이것도 비싸다고 하신다.
오늘은 집에 나랑 할아버지만 있다. 아빠랑 할머니는 일 하러 가셨고 엄마는 피자집으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셨다. 엄마는 가끔 귀가 안 들려서 주문 전화를 받지 못하거나 집 주소를 잘못 찾아 속상하다고 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에게 보청기를 사드리고 싶다. 오늘도 혼자 공부하기가 너무 싫다. 빨리 엄마가 집에 왔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는 실제를 바탕으로 딸 별님이(가명·8)의 시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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