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간의 당진시대 시민기자 활동이 끝났다. 시민기자들은 우리지역 곳곳의 이웃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담아냈다. 그들이 활동하는 단체의 소식을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눈으로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민기자들은 우리네 삶 가까이에서 함께 했다.
특히 올해 처음 시민기자로 참여한 이옥하 시민기자에게는 이번 기회가 더욱 남다르다. 그는 매주 2~3건의 기사를 쓰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발로 뛰었다. 이 시민기자는 “당진시대 시민기자 활동을 하는 동안 너무 기뻤다”며 “글 쓰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기자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말했다.
소소한 이웃 이야기 담아 내
이옥하 시민기자는 우리네 이웃을 주로 만났다. 종묘사 대표, 녹즙배달원, 문학회 회원, 버스기사, 미용실 원장, 가수 등.
이 가운데 그의 첫 기사는 본지 제1053호 <넉넉한 인심 가득한 반찬가게의 ‘情’>에 소개 된 합덕 전통시장 내 반찬나라 박흥미 씨의 이야기다.
합덕에서 사는 이 시민기자는 평소 반찬나라를 자주 이용했고 박 씨와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가깝게 지냈다. 전부터 박 씨를 신문에 소개하고 싶었지만 한사코 거절하는 박 씨의 손사레에 마음에만 담아 놓았다고. 그러다 시민기자로 활동을 시작하며 제 손으로 직접 박 씨의 이야기를 첫 기사로 쓰고 싶었고 그의 권유에 첫 기사의 주인공이 됐다.
<의자의 안락함? 마음의 안락함!>에 소개 된 공귀자 미용실도 그의 단골 미용실이다. 공귀자 원장은 항상 편안함을 줬고 자수성가한 그의 일화를 기사에 담고 싶었단다. 또 여느 때와 다름없이 흥농종묘사를 지나치다 종묘사 한 쪽에 마련된 사랑방을 기사화 하면 좋겠다 싶어 취재하기도 했다고.
이렇게 이웃의 이야기를 담은 이옥하 시민기자의 기사에는 고스란히 우리의 삶이 담겨 있다.
대중교통 타고, 발로 뛰며 기사 써
이옥하 시민기자는 척추결핵을 앓고 폐 수술을 받아 몸이 좋지 않다. 걸음걸이도 편치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기사를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두 발로 뛰며 취재하고 기사를 썼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사를 발굴하기도 하고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도 했다.
요구르트 판매원인 강수만 씨는 요구르트를 판매하면서 버스가 올 때쯤이면 목청껏 “고대 버스 옵니다”, “천의 갑니다”를 외친다. 평소 버스를 이용하는 이 시민기자는 강 씨를 눈여겨 보았고 그의 이야기를 기사에 담아냈단다.
또 지인의 제보를 받고 신평면 신당리로 취재를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만난 버스 운전기사 이은만 씨를 보고 ‘이건 기삿감!’이라고 생각해 바로 취재를 진행했다. 느린 걸음으로 버스 운전기사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었던 기억에 이은만 씨의 친절함은 그에게 큰 고마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편 두 발로 걸어 다니며 보행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인도에 턱 하니 올려 놓은 양심>을 통해 불법 주차한 차량을 비판하고, <시민 편의 위한 도로돼야>를 통해 깨진 보도블럭의 위험을 호소하기도 했다. 직접 발로 뛰지 않으면 없었을 기사들이다.
“기사 잘봤어요. 고마워요”
그가 쓴 기사들이 신문을 통해 나가고 고마운 인사도 많이 받았다. 한 취재원은 기사 고맙다며 밥을 사주겠다고 연락이 오기도 하고, 신문 나간 것을 보여 주면 “잘 썼다”며 고마움의 인사를 듣기도 했다. 그는 “작은 기사지만 내 마음이 담긴 선물을 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이옥하 시민기자의 지인들은 일부러 그의 기사를 찾아보기도 한다.
한편 그가 쓴 기사를 통해 변화를 이뤄내기도 했다. 본지 제1062호 <나무들이 아파해요>에 소개된 불법 현수막이 나무에 걸려 있는 기사를 쓰고 며칠 뒤 다시 찾아가 보니 깔끔하게 현수막이 제거됐다고. 이처럼 기사를 통해 사람들이 웃고, 또 잘못된 것들이 하나씩 변화되는 것을 볼 때면 그는 더욱 뿌듯함을 느꼈다.
당진시대 애정도 더욱 깊어져
한편 그는 당진시대와의 인연이 깊다. 2008년 연호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책소개 인터뷰로 당진시대와 처음 만났다. 그 이후 ‘사랑을 나눠주세요’를 통해 그의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 수년이 지난 후 론볼과 장애인기능장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제 그는 취재원이 아닌 시민기자로 당진시대와 새로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제는 내가 어떻게 하면 당진시대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며 “전보다 애정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장애인 동료 상담사 되고 싶어
이옥하 시민기자는 “내년에도 시민기자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다시 한 번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앞으로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며 힘을 불어 넣는 동료 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희망을 전했다. 이 시민기자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토대로 감동을 전하고 싶다”며 “절망의 길에도 꽃이 핀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