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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01 09:15
  • 수정 2016.01.01 10:20
  • 호수 1090

한겨울 알알이 터지는 상큼한 향기
행정동에서 황금봉(한라봉) 체험농장 운영하는 이은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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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인심에 편안함 주는 체험농장 ‘황금농원’
100% 예약제로 운영…수개월 전부터 문의 잇따라

 
 

밖은 흰 눈발이 흩날리는데, 시설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초록잎들 사이로 노랗게 익은 황금봉이 주렁주렁 열렸다. 잘 익은 열매를 따다가 껍질을 벗겨내면 촉촉한 수분이 손끝에 배어나고, 알알이 터지는 상큼한 향기가 입 안에 가득 찬다.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한라봉이 당진에서도 자란다. 한창 수확기를 맞아 한 겨울에 신선한 과일을 맛 볼 수 있는 곳이 행정동에 위치해 있다. 체험농장 황금농원을 운영하는 이은희 대표의 친절함까지 더해 이곳은 항상 따스한 봄이다.

“아이가 놀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황금농원에서 기르는 한라봉은 ‘황금봉’이라고 불린다. 한라봉은 제주도 내에서만 쓸 수 있는 명칭으로, 꼭지 쪽이 볼록 솟아오른 귤의 대명사로 사용돼 왔다. 내륙에서 기르는 한라봉은 전남 고흥에서는 하나봉으로 불린다. 이은희 대표가 기르는 한라봉은 농장 이름을 따서 ‘황금봉’이라고 이름 붙였다.

황금농원은 여느 농장과는 좀 다르다. 농장체험을 위주로 하는 곳으로, 아이들과 가족들이 한라봉을 직접 따고, 실컷 먹고, 넉넉히 담아갈 수 있도록 했다.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화분이 쓰러져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아이가 놀다 보면 그럴 수 있지…”라는 주인장의 여유롭고 넉넉한 인심이 느껴지는 곳이다.

과거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던 이은희 대표는 아이들을 데리고 농장체험을 갈 때마다 다소 불편했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직접 과일 등 농산물을 수확해 보는 일은 교육상 매우 좋은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약이 많았다.

“농장체험학습을 가면 ‘뛰지 마세요’, ‘가지 마세요’ 등 아이들의 행동을 제한하는 일이 많았어요.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가 직접 체험농장을 시작하게 됐죠.”

블루베리 수확 예약이 벌써부터
흔히 접하지 못하는 새로운 작물을 선보이고 싶어 황금봉을 선택한 그는 남편 백영현 씨와 함께 5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를 짓고 6년 전 나무를 심었다. 탱자나무에 제주도에서 가져온 한라봉 묘목을 접붙이고 3년이 지나자 열매가 맺혔다. 지인들을 통해 자그마하게 농장체험을 시작했다. 큰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 노후에도 일할 수 있는 터를 닦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을 제한하는 일이 거의 없고,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 입소문을 타면서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20일경 시작한 황금봉 수확 체험은 지난 10월부터 예약이 꽉 찬 상태고, 한

름에 하는 블루베리 수확 체험은 벌써부터 예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따로 홍보를 한 적도 없다. 그저 이곳이 좋아, 이집 주인이 좋아, 한 번 왔던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나무마다 매일매일 사람들의 손길이 닿고 있다. 체험을 시작한지 불과 10일만에 500여 명이 다녀가, 예년 같았으면 2월까지 이어졌던 체험이 언제 끝날 지 그도 장담할 수 없단다.

이은희 대표는 “레몬과 오렌지도 조금 기르는데, 당도가 떨어지다 보니 덤으로 얹어 드리는 경우가 많다”며 “덤도 주고, 이곳이 편안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직접 만든 친환경 약만 사용해 더욱 건강한 농산물을 수확하고 있다. 또 소비자가 직접 황금봉을 따서 먹거나 가져갈 수 있어 신뢰가 더 두텁다.

이렇게까지 사람들에게 관심 받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던 체험농장이 인기를 끌면서 이 대표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여름엔 블루베리, 겨울엔 황금봉 수확체험 이외에 사시사철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체험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연회원제를 통해 언제든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게끔 하는 것은 물론, 농민 입장에서는 판로에 대한 걱정이 없어 마음 놓고 농사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도시에선 몰랐던 농촌의 즐거움
송산면 안섬포구가 고향인 그는 어촌에서 자라면서 농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살았다. 그러다 중학생 때 고향을 떠나 인천에서 살다 우연히 옆동네 가곡리 출신 남편을 만나 10년 전 고향에 내려왔다. 남편과 함께 전원생활을 시작한 그는 평소 식물을 좋아해 이것저것 기르다 보니, 황금봉이 추위에 잘 견디고, 작황이 좋아 체험 농장을 시작하게 됐다고.
“농사에 대해 전혀 몰랐죠. 식물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그 재미를 알게 됐어요.”

관엽식물을 주로 좋아하던 그가 과실수를 키워보니 재미와 보람이 엄청나단다. 나무에 열매가 맺히고,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고. 그는 요즘 농사짓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이 대표는 “도시에서 아파트에 살 땐 움직일 일이 거의 없었다”며 “고향에 내려와 농장을 운영하면서 거의 모든 생활을 농장에서 하다 보니 활동량도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인관계가 넓어지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도시에서 맛보지 못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것 이외에 떡을 만들어 복지시설에 전달하는 ‘달달한 시루 주부봉사단’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지역과 함께 호흡하고 발맞춰 살아가는 건 대도시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일이어서 그에겐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

“농장 주변이 전부 논과 밭이에요. 이른 봄 모내기 철엔 여린 벼들로 푸른 물결이 일렁이고, 가을엔 황금물결을 볼 수 있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모두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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