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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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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옛 물건 수집한 연용만 씨(면천면 성상리)
추억을 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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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시계·풍금·자리틀 등 200여 가지
새 것에 밀려나는 전통 안타까워

“아저씨 이 요요같이 생긴 건 뭐에요?”
자리를 짜는 동글동글한 자리틀을 보고 학생들이 건넨 말이다. 면천면 성상리에 살고 있는 연용만(69) 씨는 학생들로부터 이 질문을 받고 새로운 것들이 넘쳐나면서 옛 물건과 전통이 쉽게 잊혀져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옛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그에게 주고간 물건도 있고, 그가 직접 찾아 나선 물건들도 많다. 그렇게 30년 동안 그가 수집한 물건 대부분은 지금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잘 관리돼 있다.
한켠에 놓인 풍금도 먼지는 켜켜이 쌓였지만, 그 옛날 교실에서 들려오던 정감 가득한 소리는 여전하다. 뿐만 아니라 동그란 다이얼을 돌리는 오래된 전화기는 그가 지금도 쓰고 있는 물건이다. 수십 년은 족히 돼 보이는 태엽시계는 과거에 멈춰있지 않고 오늘의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버리는 물건도 소중한 자산
    
요즘 세대들에겐 드라마 속에서나 봤을 법한 다양한 물건들을 모아온 게 어느덧 30년째다. 아깝고 안타까운 마음에 하나 둘 모으다 보니 종류만 해도 200여 가지가 넘는다. 한때는 고물을 주워 온다고 아내가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특히 버려진 물건엔 귀신이 붙어 있다는 미신때문에 주변사람들이 반대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잊혀 가는 옛 것을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에 연용만 씨는 옛 물건을 계속해서 수집해 왔다.
“사람들이 옛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사를 가거나 물건을 버리려는 사람이 있으면 막걸리에 두부를 사들고, 푸줏간에서 고기를 떼어다가 술 한 잔 나누면서 물건을 받아오기도 했죠.”
그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물건은 뜻밖에도 ‘요강’이었다. 89살 된 할머니가 떠나면서 그에게 줬다는 하얀 도자기 요강은,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달라고 했지만 끝까지 줄 수 없었단다. 그리고 한 스님께 줬다는 나무로 만든 지팡이도 기억에 남는 물건 중 하나다.

“뜻 있는 사람에게 팔고 파”

서산 출신인 그는 당진에 온지 45년째다. 서울 마포에서 신학을 공부하다 강원도 평창 등에서 전도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큰집이 있는 면천면 삼웅리에 내려와 아내를 만났다. 면천초등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오랫동안 운영했지만, 지역에 학생 수가 줄고, 준비물 등 학교 비품을 각 학교에서 일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장사가 어려워졌다. 결국 문구점을 문 닫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그동안 수집한 물건들을 전시하면서 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싶었지만 아내의 병 때문에 소박한 꿈마저도 접어야 했다. 5년 동안 이어진 아내의 투병생활에 가세가 많이 기울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수집한 물건들을 하나씩 처분할 생각이다. 오랜 민속자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저렴한 가격에 내놓겠단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소박한 민속박물관이나 전시장의 꿈을 누군가가 대신해 줬으면 한다.

“옛 물건을 보면 어렸을 때 소로 밭을 갈고 했던 추억들이 많이 떠올라요. 그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을 돌이켜 생각하면 지금은 무척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 거죠. 조상들이 일궈놓은 역사를 기억하고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문의 : 356-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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