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살 풍구질부터 시작해 당진문화대장간까지
지역 축제·행사서 재현 및 체험 행사 열어

철이 뜨겁게 달궈진 화로 속에 들어갔다 나오길 두어 번. 또 망치질도 두어 번. 그러니 검지만 하던 것이 언제 그랬냐는 듯 호미의 매무새를 갖췄다. 이 시대에서 장인의 삶이란 녹록지만은 않다. 특히 지금은 잊혀져가는 대장장이의 삶은 더욱 그렇다. 그의 솜씨를 인정해 주는 이도 적고 찾는 이는 더더욱 적다. 그래도 이영구 장인은 대장장이다. 아직도 쇠를 녹이고 두드린다. 지금까지 한 평생 대장장이의 삶을 살아 왔기에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대장장이로 살겠다는 그다.

▲ 행사장에서 호미 만들기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12살 풍구질부터 시작
그의 나이 12살, 아버지를 따라 풍구질부터 시작했다. 쇠를 녹일 때 바람을 일으키는 풍구로 열심히 아버지 옆에서 무쇠덩이를 녹였다. 그때부터 쇠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아버지 어깨 너머로 기술을 익혀가며 호미부터 낫, 삽 등 작은 농기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또 신평장과 기지시리장이 설 때면 아침 일찍 장터로 나가 사람들을 만났다. 대장간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소 편자 박으러 오는 사람부터 고장 난 마차를 끌고 오는 사람까지 그의 손 없이는 농사일이 안 될 정도였다. 이영구 씨는 “당시 소 편자를 박다가 실수도 참 많이 했다”며 “그래도 그 때가 참 재밌었다”고 말했다.

▲ 달궈진 쇠를 망치로 두들기며 모양을 잡아가는 모습

아버지의 업 이어 받아
아버지 故 이병규 씨는 일찍이 세상을 떠났다. 신평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당에서 공부했던 그는 젊은 나이에 아버지의 대장간을 이어야 했다. 그렇게 신평면 금천리 ‘황해 대장간’에서 그의 대장장이 인생이 시작됐다. 하지만 대장장이의 인생에 오르막은 오래가지 못했다. 1960년대 초반 달구지가 사라지고 타이어가 생겼다. 그러더니 1970년대에는 경운기까지 나왔다. 그의 손을 거처야만 농기구가 나오고, 농사일이 이뤄졌던 때 기계가 생산한 규격화 된 농기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쉬움에 이영구 장인은 지금까지 장식용으로 소달구지 등을 만들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 소 달구지 모형

제자 로부터 동기 부여 받아
한편 한동안 대장간을 접기도 했다. 대장간으로 향하던 사람들의 발길은 더 이상 끊겼고, 대장장이의 손을 찾는 이들은 없었다. 생계가 어려웠다. 시대의 변화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이은철 씨를 만났다. 어렸을 때부터 대장간을 드나들며 관심을 보였던 그는 전통 검을 재현해 냈고 현재 전통 검 기능보유자로 여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영구 장인은 제자 이은철 기능보유자를 보며 동기를 부여 받아 다시 대장간 화로에 불을 붙였다.

한정리에 위치한 작은 대장간
현재는 한정리 마을회관 뒤편에 대장간을 갖춰 놓았다. 작다면 작은 대장간이지만 없는 농기구가 없다. 곡괭이부터 시작해 삽, 칼은 물론 크기부터 쓰임새까지 같은 것 하나도 없다.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 또 소달구지를 시대 별로 모형으로 만들어 재현해 놓기도 했다. 대장간 옆에는 작은 공간도 만들어 TV에서나 볼 법한 100여 가지의 농기구 등을 전시해 놓았다. 그는 “지금 이 농기구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하나씩 설명하려면 시간이 모자르다”고 말했다.

▲ 소 달구지 모형

“살아 있는 한 대장장이로”
한편 이영구 장인은 지역 축제에 초청돼 대장간 모습을 재현하거나 체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직접 사람들이 참여해 작은 호미를 만들어 보고 가져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쉽게 볼 수 없는 농기구들을 전시하기도 하고 판매하기도 한다. 생계에 큰 도움은 되진 않는다. 그래도 그는 “죽기 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대장장이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이 아니면 앞으로 이 일을 할 사람이 누가 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평생 대장간을 지키고 대장장이로 살아왔던 그에게 마지막 바람이 있단다. 그는 “박물관 등이 생긴다면 내가 가진 기술을 전수해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며 “그렇게라도 대장장이의 명맥을 남기고 싶다”고 전했다.

■당진문화대장간은?
- 위치 : 한정리 20(한정리 마을회관 인근)
- 문의 362-6117 / 010-9112-6117
- 문화재 행사 출장·장식용품 달구지
   제작·전통방식 철물 주문제작 가능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