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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토박이 복서 이찬 선수(부 이상훈, 모 안현화)
도전하는 청년…“맞는 건 두렵지 않다”

전국복싱대회 금메달 휩쓸며 활약
한국체대 1학년…국가대표 선발전 노려
이영민l승인2016.07.15 19:45l(1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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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퉁 부어 멍든 눈가에 노란 금메달이 반짝인다. 자기 자신과 싸우며 링 위에서 보낸 고된 시간이 사진 한 장에 녹아 들었다.

2016 대한복싱협회장배 전국복싱대회 2라운드 TKO승. 제66회 전국 중·고·대 복싱선수권 대회 플라이급 우승(3라운드 판정승). 올해 굵직한 복싱 대회에서 활약한 이찬(20) 선수는 당진 토박이다. 당진에서 나고 자랐고, 운동을 배웠다. 지금은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에 재학 중이다. 아직 앳된 대학 새내기지만 복싱계에선 주목받는 선수다.

꿈 많은 청년 이찬 선수에게 복싱은 삶, 그 자체다.

주먹을 날릴 때의 쾌감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재미 삼아 복싱을 시작했다. 과거처럼 복싱이 주목받는 운동이 아닌데다, 어린 학생들이 감당하기엔 훈련은 상당히 고됐다. 그렇게 친구들이 하나 둘 복싱장을 떠났지만 이찬 선수 만큼은 복싱을 포기하지 않았다. 몸은 힘들지만, 주먹을 날릴 때의 쾌감을 잊을 수 없었단다.

복서의 길을 가겠다고 처음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을 때, 예상했던 것처럼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은 이찬 선수가 학업에 열중해 좋은 대학에 가길 바랐다. 특히 시합에서 패배하고 퉁퉁 부은 얼굴로 집에 가면, 멍든 아들의 얼굴을 본 부모님은 무척 속상해 했다. 하지만 급속도로 성장하는 이 선수의 실력과 복싱에 대한 그의 열정에 부모님도 결국 아들을 인정했다.

상대 선수에게 실컷 맞고 돌아와도 다시 링 위에 서는 아들의 모습에 부모님은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이제 부모님은 경기장까지 찾아와 아들을 응원하는 누구보다도 열성적인 팬이 됐다.

부모님의 응원만큼 이찬 선수에게 힘이 되는 건 없다.

첫 패배, 그리고 연승행진

이찬 선수는 말수가 적고 자신감도 부족했던 깡마른 중학생이었다. 하지만 복싱을 시작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었고, 말수도 전에 비해 많아졌다. 다른 사람보다 싸움을 잘한다는 어린 생각 때문이 아니다. 운동이 주는 희열은 자연스레 이찬 선수를 그렇게 만들었다.

지금은 전국에서도 주목받는 복싱선수지만, 이찬 선수가 처음부터 복싱을 잘했던 것은 아니다. 복싱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첫 시합을 치렀다. 도민체전에 출전한 그는 상대선수에게 주먹으로 몇 대 맞고 TKO 패를 당했다. 처녀출전의 결과는 참담했다. 경기가 끝난 뒤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금방 정신을 다잡았다.

더 고된 훈련으로 실력을 키워 나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경기의 승리를 다짐하며 새벽부터 일어나 체력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본격적인 복싱훈련에 돌입했다. 야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웠다. 아마도 첫 시합에서의 첫 패배가 지금의 그를 키워 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당시 입상기록은 없었지만 탄탄한 기본기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떡잎’을 알아본 대천고등학교 복싱부에서 이 선수를 스카우트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 고향을 떠나 살아야 했기 때문에 고민했지만, 결국 또다시 복싱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

고민 끝에 대천으로 고등학교를 다니며 이찬 선수는 더 열심히 훈련에 매진했다. 그 결과 지난 2014년 제64회 전국 중·고·대 복싱선수권 대회와 제35회 대한복싱협회장배 전국복싱대회에서 각각 3위와 2위를 차지하며 아마추어 복싱계에 떠오르는 샛별로 인정받았다. 이후 올해 열린 두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맞는 게 두려웠다면 그만 뒀겠죠”

금메달의 기쁨 뒤엔 분명 상처도 있다. 시합을 한 번 치를 때마다 얼굴에 상처가 늘어간다. 하지만 이찬 선수는 “맞는 게 무섭지 않다”며 “맞는 게 두려웠다면 복싱을 진작 그만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을 쓰러트릴 때 그 타격감이 짜릿하다”면서 “얼굴의 상처는 첫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던 영광의 상처”라고 말했다. 그는 멍든 눈의 붓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손에 붕대를 감으며 링 위에 오른다. 그리고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이 선수는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혀 안으로 파고들어 싸우는 인파이트 복싱을 구사한다. 일반적으로 인파이터는 아웃복서(상대방이 좁혀 들어올 거리를 주지 않고 간격을 벌려 잽을 구사하는 복서)에게 불리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찬 선수는 “어떤 선수와 대면해도 괜찮다”며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가슴에 태극기 달고 싶어요”

얼마 전 이 선수에게 태릉선수촌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는 호기롭게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했다. 이제 겨우 한국체육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로, 학교에서 더 많이 배우며 실력을 키워 태릉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느리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제 길을 나아가고 싶단다. 그는 오는 11월 즈음에 치러지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발탁돼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링 위에 오르는 것이 현재 목표다. 그리고 언젠가 복싱을 그만두게 되는 날이 온다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체육교사로 꿈을 이어가는 게 바람이다.

당진국민체육센터 복싱장 이천우 코치는 “당진지역에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적다”며 “재능 있는 사람은 수도권 지역에서 전부 스카우트해 간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당진에서 운동을 시작하고, 꿈을 키워가는 이들에게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제가 복싱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해 온 이천우 코치님과 시합 때마다 응원하러 오시는 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좋은 기량을 발휘해, 더 큰 선수로 거듭나고 싶어요. 복싱선수 골로프킨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겠습니다.”(이찬 선수)
 


이영민  erfgp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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