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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활 접고 대하 양식 17년 최은재 씨(신평면 매산리)
‘대하’의 계절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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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염전 개간한 양식장 ‘진흥수산’ 120만 마리 생산
중간육성·지하해수 사용…질 좋은 대하 8월 초부터 출하

최은재(신평면 매산리·52) 씨가 해양수산부를 나와 대하 양식장을 운영한지 어느덧 17년이 지났다. ‘중앙부처 공무원’이라는 명함을 내려놓고 30대 초반에 고향으로 내려와 꿈에 그리던 양식업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단다. 초창기엔 기술이 부족해 여러 번 빈 그물을 걷어내야만 했던 때도 있었지만, 구슬땀 흘리며 양식장에서 보낸 시간은 결코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들판 한가운데에 ‘숨겨진 보물’

신평면 매산리. 해가 질 저녁 무렵 최은재 씨가 운영하는 진흥수산을 찾아가다 보면 붉게 노을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진흥수산 앞 들판에서 벼가 누렇게 익어갈 즈음이면 대하도 점점 제철을 맞는데, 이때 보는 일몰은 아주 장관이다. 흰 소금 위에서 구수한 향기를 품어대며 대하가 붉게 익어 가면 어느덧 하늘도 붉게 물들고, 상을 마주하고 앉은 사람들의 얼굴도 취기가 올라 붉어진다.

너른 들판 가운데 위치한 진흥수산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소문난 대하 양식장이자 맛집이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를 만큼 매산리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단골손님이 대부분이다. 제철 맞은 대하를 먹기 위해서 주로 바닷가를 찾는 사람들에겐 ‘이런 곳에 대하 양식장이 있다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들판 한 가운데 소박한 식당 뒤로 양식장이 있어 갓 잡은 싱싱한 대하를 그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꿈꿔온 ‘양식업’

진흥수산이 위치한 대하 양식장은 본래 염전이었다. 최 씨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지금 들판이던 곳은 모두 바닷물이 드나들던 갯벌이었다. 당시엔 곳곳에 염전이 많았는데, 간척이 되면서 대부분 문을 닫았다.

“옛날엔 염전이 엄청 많았어요. 이곳 근처에도 곳곳이 흰 소금밭이었죠. 친구들하고 망둥어 잡고, 수영하던 그 때가 가끔 그리워요. 어렸을 때의 추억이 사라져 아쉽죠.”

그가 다니던 신평중학교 인근에 양만장(장어 양식장)이 있어 자연스럽게 양식에 관심을 가진 그는 물고기가 어떻게 길러지는 지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남 통영에 있는 경상대학교 수산양식학과로 진학한 이후 공무원이 돼 수산청, 해양수산부 등 관련 중앙부처에서 일했다. 10년 즈음 일했을 때 그는 공무원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대하 양식장을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 출하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다른 어류와 달리 대하는 봄에 치하(어린 새우)를 기르기 시작해 가을이면 어획 가능하고, 경제성도 좋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는 자신만만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었다. 사람들마다 부러워하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양식업에 뛰어들겠다고 했을 때, 아내 유영희 씨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남편의 오랜 꿈을 응원해주기로 했다.

최 씨는 현재 염전을 개간한 양식장에서 120만 마리의 대하를 키우고 있다. 이른 봄 치하를 따뜻한 하우스에서 약 한 달 정도 길러낸 뒤, 노지 양식장으로 옮겨 큰 새우가 될 때가지 기른다. 이렇게 중간육성 단계를 거치면, 대하의 성장을 도와 크고 맛 좋은 대하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확을 앞당겨 다른 곳보다 빨리 출하할 수 있어, 일찌감치 좋은 가격에 대하를 판매할 수 있다고. 진흥수산에서는 지난 5일부터 대하를 출하하기 시작했다. 다른 곳보다 약 한 달 정도 앞서 대하를 출하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환경에서 길러낸 대하…자부심”

최 씨가 대하 양식에 있어 가장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은 수질관리다. 바이러스에 걸렸다 하면 집단 폐사하기 때문에 사전에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질관리가 최우선시 돼야 한다. 최 씨는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지하해수를 사용해 양식장을 운영한다.

중간육성과 지하해수 덕분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크고 싱싱한 대하를 생산하면서 돈 버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올해처럼 날씨가 좋고 바이러스 감염이 없어 작황이 좋은 해엔 5~6억 원까지 매출이 오른단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걸리면 한 푼도 못 건지는 때도 있다고. 하지만 대하 양식장을 17년째 운영하고 있는 지금은 탄탄한 노하우로 안전하게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몸이 고될 때도 있지만 이 일이 재밌어요. 좋은 환경에서 전국에서 가장 좋은 대하를 키운다는 자부심이 있죠. 정성 들여 잘 키운 대하가 출하될 때, 그리고 손님들이 크기와 싱싱함에 만족하면서 좋아할 때 무척 보람 있죠. 이 일을 선택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대하 양식에 푹 빠져 사는 최 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스무살 아들 승태 군도 최근 한국농수산대학 수산양식과에 진학했다. 농어촌에 젊은 인력이 빠져나가고 있는 요즘, 대를 이어 양식업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최 씨는 “잘 알아보면 농어촌 인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많다”며 “새우만 잘 키워내면 여느 직장생활보다 시간적으로도 여유로울 뿐만 아니라 무척 보람 있고 재밌는 일”이라고 말했다.

<진흥수산>
■주소: 신평면 샛터길 117-79(매산리)
■문의: 363-4734
■가격: 1kg 당 2만5000원(포장) /3만3000원(소금구이)

>> 최은재 씨는…
-1965년 신평면 매산리 출생
-한정초등학교 24회
-신평중학교 15회
-신평고등학교 9회
-경상대 수산양식학과 졸업
-전 수산청·해양수산부 등 근무
-현 진흥수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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