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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6.09.24 00:40
  • 호수 1125

[NGO칼럼]당진참여연대 김희봉 회장
밥이 하늘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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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하늘이거늘’

배고팠던 7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이 말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50대 이상의 세대가 밥에 대해 갖고 있을 사고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우리사회 어딘가는 밥이 하늘인 이웃이 있다. 굶주리고 있을 휴전선 넘어 4000만 동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유엔개발계획은 ‘2013년도 인간개발보고서’를 통해 하루소득 1290원으로 생활하는 인구가 12억 명이며 개발도상국 어린이 중 20%는 밥을 굶는 절대빈곤층이라고 경고했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도 늘 밥그릇은 작아보였고 그나마 쌀이 섞여 있는 밥을 먹는 집 아이들은 소위 부잣집 아이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꽁보리밥이나 강냉이 죽을 배급받아 먹었다. 이는 지금부터 50년 전 대한민국의 실상인 바, 지금 정부가 북한의 식량난을 비난하며 구경만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늘같이 귀했던 쌀이 이제는 넘쳐 흘러 30년 전 가격으로 폭락해 농민들이 절망하고 있다. 30년 전이면 전두환 정권 시절로 건설재벌들을 살리려 갯벌을 막아 농지를 조성하던 간척지 공사가 한창이었던 때다. 문제는 정부가 30년, 50년 앞도 예측하지 못하고 대단위 간척사업을 강행해 황금어장을 옥토로 만든다면서 농지로 조성한 것이다. 그 덕분에(?) 당진은 전국 시·군 중에서 간척농지가 가장 넓어 쌀생산량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게다가 정부는 갑자기 관제농협에 양곡관리를 넘겼고, 수입개방에 따른 쌀값 폭락 피해로 농협들은 수억 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며 벼 수매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농민들은 당진시의 쌀값이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더 낮아 피해가 크다고 주장한다. 특히 당진은 경기도와 인접해있어 대형마트에서 경기미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데, 당진쌀이 경기도로 넘어가 포장만 바뀌어 경기미로 둔갑해 유통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현재 농민들은 20kg 한 포대에 3만 원을 받고 있는데 작년 이맘때만 해도 4만 원대였단다.

사실 쌀값이 이렇게 폭락한 근본 원인은 정부가 무분별하게 수입한 쌀 47만t과 그로 인한 재고량이 200만t에 달하는 데에 있다. 농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는 것은 쌀값 폭락이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데 정부와 여당은 지난 21일 대책이라면서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들고 나왔다. 쌀값 폭락이 과잉생산과 소비감소에 있다며 식량주권을 포기하고 농지투기로 농업문제를 해결한다는 발상이다.

쌀 재고누적의 근본 원인이 정부의 재벌중심 경제정책으로서 매년 45만t이상 쌀을 수입하는 것에 있다. 이는 결국 국제무역기구 내국민대우 원칙이라는 불평등한 협약을 감추기 위함이다. 따라서 쌀값 폭락에 대한 해법도 정부 차원에서 불평등한 WTO협약을 개정해 대북지원이나 해외원조 등의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더 나아가 당진시와 농협 그리고 생산농민들도 친환경농법 쌀 재배와 유통체계 개선 등 쌀값 폭락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장단기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지난 22일 당진지역 농민 350여 명은 ‘쌀값 대폭락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면서 서울에서 열린 농민대회에 참여했다. 버스 10대가 마련돼 서울로 향하면서 몇몇 농협 조합장과 시의원들의 얼굴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이번 집회를 준비하며 농민들은 현수막을 통해 “농협이 쌀값을 책임질 수 없다면 농민집회에 함께 가자”고 요구했다. 농협 조합장과 시의원들은 제발 농민단체와 만찬행사나 갖고 선심 쓰려 하지 말고 농업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바란다. 집회장에서 만난 농민이 “선거 때만 몰려와 머리 조아리던 놈들은 하나도 없다”면서 “남은 쌀을 바다에 버리든가 미워도 북한에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했던 말처럼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서는 수입쌀을 국내시장에서 완전 격리시켜야 한다.

밥이 하늘인 것은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식량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진지역에서 온갖 공해물질을 배출하며 이득을 챙기는 입주기업들이 지역 농민들과 상생하기 위해서 적어도 당진쌀을 비롯한 농축산물을 이용할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 동시에 지금도 밥이 하늘이라고 여기며 배불리 먹기만을 기도하고 있을 북한 동포와 빈곤국 아이들에게 하늘님인 밥을 보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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