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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0.07.24 00:00
  • 수정 2017.08.09 13:54
  • 호수 332

호서고등학교 정봉식 교사가 추천하 <철도원>
세상을 관조하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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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보면 행복해진다

정봉식
호서고등학교 교사
본지 편집위원장

세상을 관조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
수묵화같은 ‘위안’으로 삶의 무게와 속도를 덮어줘
좥철도원좦


아사다 지로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7,500원

짧은 글, 긴 이야기
소설의 마침표는 한방울 맑은 눈물이었다.
그리고 온전하게 남는 침묵 같은 여운

‘철도원’에는 줄곧 눈이 내리고 있다. 혹은 문장 뒤켠에서 눈을 느낄 수 있다. 그 추위는, 인생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눈물 많은 사람은 장소를 가려가며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잠자리가 최적의 독서장소.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테니까.

탁월한 스토리 구성, 확실한 문체, 뛰어난 표현력, 그야말로 주옥같은 여덟편. 각 편마다 읽는 이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 책 후기에서 "

태양이 작열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대지도 지쳐 흐느적거리고 사람들의 삶도 대책없이 끈적거린다. 삶의 무게만큼이나 우리에게는 가벼움이 필요하고, 또한 위로와 위안이 있어야 한다.
제대로 호흡 한번 하기 힘든 우리들 삶의 무게와 속도가 어디론가 정처없이 우리를 밀고 간다. 그런데도 우리는 짐짓 행복한 체한다. 안정된 현실을 굳게 믿으며 또한 다시 돌아올 것을 굳게 믿으며 시속 100킬로미터의 행복한 속도로 산과 바다를 향해 달린다.
참으로 고달픈 행복이여, 민망한 삶이여, 이를 어찌 할 것인가.
눈이 내린다. 쌓이기도 하고 날리기도 하면서 우리의 추억과 현재와 미래 속에 눈이 내린다. 우리들 삶의 여백에 내리는 눈은 기쁨이요, 우리들 삶의 뒤켠에 내리는 눈은 그리움이다. 우리들 삶의 상처에 내리는 눈은 아픔이요, 우리들 삶의 코끝에 내리는 눈은 차가운 현실이다.
내리는 눈은 현실이고 추억이며, 또한 우리들 삶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여백이 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들의 눈은 어디에 내리고 있는가.
우리들 삶에는 늘 어떤 배경이 있고 풍경이 있다. 그리고 그 풍경과 배경은 우리들 삶의 이미지를 강화하기도 하고 바꾸기도 한다.
소설 ‘철도원’에는 늘 눈이 내린다. 그 눈 내리는 풍경에는 단칸짜리 기차와 단선 철로와 그리고 쇠락해가는 조그만 역사가 있다. 그리고 그 풍경에는 서너명의 삶이 눈물자국처럼 찍혀 있다.
소설 ‘철도원’에서는 세상을 관조하는 작가의 시선이 참으로 따뜻하다. 깔끔한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장면 하나하나가 어느새 영상이 되어 움직인다. 그리고 그 영상에는 인간의 선량함과 소박함, 사랑과 눈물의 아름다운 감동이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눈 번쩍 뜨이게 하는 전율보다는 조용히 눈 감게 하는 감동이 찡하게 다가오는 그런 소설이다.
찌는 듯한 더위에 짙푸른 숲과 산 그늘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거기에 ‘철도원’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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