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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찾아서 2
농업, 위기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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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쌀 수매가 3년 만에 36% 하락
2013년 1530원 → 2016년 980원
당진시 농업회의소 설립·농업인 월급제 시행
친환경·고부가가치 도시농업으로 새로운 길 모색

▲ 지난해 8월 우강면 소반리에서 진행된 벼 수확 현장

농업은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 아닐지 모른다. 이미 오래전부터 당진은 농업을 중심으로 한 도시였고, 계속해서 농업은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제 다시 농업을 이야기해야 할 때다. 산업 구조의 변화라는 물결 속에서 다시 뿌리를 생각한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확장되고 있는 당진, 그리고 당진의 뿌리인 농업, 희망은 없는 것일까?

쌀값 폭락에 농민들 “죽을 맛”
최근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농축수산물 개방으로 국내 농업현실이 녹록지 않다. 사료용에 이어 밥쌀까지 수입되면서 우려했던 쌀값 폭락은 현실이 됐다. 농민들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현재 쌀값은 3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생산비도 안 나오는 실정이다.

2013년도 당진지역 농협의 평균 쌀(삼광) 수매가는 1538.7원이었다. 지난해 농민들이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 1000원대가 무너지고 당진지역 대부분의 농협에서 980원 수준으로 쌀값을 결정했다. 불과 3년 만에 36% 하락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쌀값 21만 원(80kg 기준)’ 공약이 무색할 지경이다.

정부에서는 쌀이 너무 많이 생산되고, 소비가 줄었기 때문에 시장 원리에 의해 쌀값이 폭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농산물 개방 정책과 대북지원 중단 등이 원인이라고 꼬집고 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쌀값 폭락의 중심엔 수입쌀이 자리 잡고 있다”며 “쌀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소비가 준 것도 아닌데, 쌀값이 폭락한 진짜 이유는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며 “정부에서는 재고미 관리에 손을 놓고 있을 뿐더러 대북 쌀 지원마저 막아 재고가 쌓였다”고 말했다.

“농협·농어촌공사는 뭐하나”
정부가 농업정책에 손을 놓는 사이, 농민과 농협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농협이 좀 더 나은 가격으로 쌀을 수매하길 바라지만, 농협에서는 쌀값을 올려 받으면 막대한 적자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어차피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협이, 그리고 조합장들이 정부의 농업정책 전환을 위해 나서주길 바라지만, 정부와 농협중앙회, 지역농협이 얽혀 있는 구조적인 한계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진시농민회(회장 박유신)와 쌀생산자협회 당진시지부(지부장 황선학) 소속 농민들은 지난해 말 김홍장 시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쌀 생산비가 벼 1kg당 1200원 수준인데, 당진지역 농협들이 협의도 없이 900원대로 결정하고 있다”며 “이후 당진시가 농협에 지원하고 있는 각종 지원금을 농민들에게 직접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간척지가 많은 당진지역의 경우 최근 쌀값 폭락에 따른 간척지 임대료 인하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석문간척지 임차법인협의회(협의회장 노종철)를 비롯해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인들은 최근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간척지 임대료를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농사 지어 남는 것도 없는 상황에서 빚을 내 간척지 임대료를 지급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간척지 임대료 인하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와 실무 협의를 거쳐 올해 재계약시 일부 보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3농 혁신 나섰지만…
농업 문제와 관련해 정부 정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지자체 차원에서 농업을 보호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지만 심각한 농업 현실에 지자체 차원에서도 일부 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당진시에서는 민선6기 시작과 함께 충남도에서 실시하는 3농 혁신을 연계, 추진하고 있다. 농협과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역혁신추진단을 구성하고, 지역의 특성을 살려 농촌체험장과 로컬푸드 매장·농산물 유통센터 등 농산물 생산과 유통, 지역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등 농업·농촌·농업인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진시정책개발위원은 “3농 혁신이라는 큰 타이틀을 갖고 거창하게 출발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실질적으로 농업·농촌의 눈에 띄는 변화는 보기 힘들다”며 “‘혁신’이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은 직불금 확대와 농산물 포장 및 디자인 지원, 인터넷 판매 강화 방안 마련 등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맞는 농업인들의 소득창출과 연계한 실질적인 사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업인 월급제·농업회의소
특히 올해부터는 농업인 월급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농업인 월급제는 수확철인 가을에 농업소득이 편중된 벼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벼 수확대금의 일부를 매월 월급처럼 미리 나눠 지급하는 제도다. 각 지역농협이 자체수매 약정을 체결한 농가 중 지원대상자를 선정해 1kg당 1000원 기준으로 수매물량 대금의 70%를 수확기 이전인 7개월 동안 선분할 지급한다. 당진시는 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농업인 월급제 사업으로 발생하는 대출액에 대한 이자를 농협에 지급할 계획이다.

한편 당진시는 농업회의소 설립도 서두르고 있다. 농업회의소는 상공회의소처럼 농업계의 권익 및 실익을 대변하는 민간자율 대의기구다. 지금까지 농민들이 농업경영인회, 농민회, 쌀전업농회, 품목별연구회 등 임의·다수의 개별 조직에서 활동했다면, 농업회의소에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공식적인 정책파트너로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옥상옥(屋上屋)과 같은 또 다른 농민단체에 머무르는 것은 아닌지, 농업·농민들에 대한 실익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당진시는 “농업회의소는 법적인 농업 대표기구로 직접적인 경제적 실익보다 민의를 수렴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공식적인 대표 기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친환경·도시농업 확대해야”
이처럼 어려움에 처한 농업 현실에서 농민들과 지자체가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순성면 백석리 백석올미마을의 경우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마을기업·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주민 고용 △주민들이 키운 농산물 제값에 수매 △질 좋은 농산물 가공품 생산 △직거래 판매 △농촌체험 연계 등 선순환 구조를 일궈 농업·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농업 전문가들은 당진의 경우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도시농업을 확대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및 친환경 농산물 생산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농업은 결코 놓을 수 없는 산업이다. 농업이 구시대적인 사양산업이 아니라, 생명산업으로서 이제 농업을 지역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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