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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26 1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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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당진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스무 살, 너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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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렇게 자랐구나. 네가 졸업장을 들고 교정을 나오던 날, 아빠는 만감이 교차했다. 먼저 고맙다. 아울러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사회에 투욱 던져진 너와 친구들을 응원한다. 앞으로 더 많은 꿈을 꾸고 또 여러 번 좌절하고 분노하고 용서하며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되겠지만, 그러는 매 순간 순간을 응원하마. 물론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때도 곁에서 함께 하고 싶다.

이제는 버스요금도 1400원을 내야하는 것처럼 작은 것 하나 하나가 달라지는 것에 대해 그리 낯설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바심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희도 어느 정도 아는 것처럼 요즈음의 한국 사회는 그리 건강하지 못해서 나라 걱정, 백성 걱정을 시민들 스스로 하고 있는 참이다. 아무튼 당분간은 무위자연(無爲自然)하게 지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막상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게 말이 돼?’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배우고 공부해 온 기준으로 보면 정의롭지 않은 것, 도덕적이지 않은 것, 합리적이지 않은 상황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일을 대할 때 일단 한 발 물러서 있길 권한다. 아빠 같은 사람들이 먼저 나설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앞장 서는 누군가가 생기면 확실하게 그 사람을 지지하는 기지를 발휘하기 바란다.

살다보면 우산 없이 외출한 날, 비가 오는 일도 생긴다. 언니가 초등학생일 때 학교가 끝난 시간에 비가 와서 집으로 전화했더니 엄마가 “비가 오면 비를 맞고 오라”했던 일화를 기억할 것이다. 그때 엄마는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고, 언니는 집으로 와야 한다는 두 가지 현실 상황에 집중해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 엄마처럼 본질적 명제에 집중하고 판단해라.

응원을 하려했는데 이래라 저래라 요구 사항만 늘어놓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너에게 꼰대가 되어간다는 걸 알면서도 피해 가기가 쉽지 않구나. 그래도 스무 살, 너의 사회 진출을 응원한다. 낯선 것도 흔쾌히 대해보고, 더러는 더욱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비가 오면 비를 맞고, 고통이 다가오면 오롯이 아파할 줄 아는 청년이 되어주길 바란다. 슬플 땐 슬픈 대로 즐거울 땐 즐거운 대로,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흠뻑 맞이하자.

그러고 보니 이제 대통령 선거 날에도 투표하러 함께 가겠구나. 그래. 이제부터 네 세상을 네가 만드는 거야. 원하는 후보가 생기면 살짝 귀뜸해 주렴. 모든 부모가 자기 자식이 원하는 후보에게 표를 보태면 적어도 자식세대만큼은 원하는 세상을 살아볼 텐데. 할머니는 아빠 말을 잘 안 들으시지만 아빠는 네 말을 잘 들을께. 맘껏 살아보렴, 스무 살들아. 세상의 모든 아빠는 세상의 모든 딸들을 죽도록 응원한다는 걸 잊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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