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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7.02.20 17:30
  • 호수 1146

[문화칼럼]황영애한국문인협회 당진지부 부회장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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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모든 재화 중 가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생산한 재화 중 가격대비 효용가치가 가장 크다. 그런데 그런 가치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팔리지 않는 시집이 수두룩하다. 시인들도 독자들도 더 이상 시집을 사지 않는다. 내 추측으로 유명한 시인일수록 시집을 사지 않는 것 같다.

여러 시인들에게 시집을 증정받기 때문이다. 어떤 무명 시인은 유명 시인들에게 열심히 시집을 보내고자 주소를 검색하거나 알려지기 위해 시 쓰는 만큼의 열정을 쏟는다. 시집을 보내지 않은 무명 시인을 유명 시인은 괘씸해하거나 궁금해 하지 않는다. 또 유명 시인은 무명 시인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청탁을 받아 자기 시를 쓰느라, 시 창작 강의를 다니느라, 문학단체 행사에 얼굴을 비추느라 바쁠 뿐이다.

무명인 나에게도 여러 권의 시집이 온다. 다 읽을 수 없을 만큼 쌓여 있을 때도 있다. 유명한 시인들의 우편함에 차고 넘칠 시집들이 쓰레기통이나 재활용 수거함에 들어가는 일은 제발 없기를 바란다. TV에도 나오고 SNS에서 인기를 누리는 몇몇 시인들은 팬클럽 같은 독자군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생산자는 많고 소비자가 적은 시장원리가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려고 시인했나?’ 가끔 자괴감이 든다. “저런 줄 알면서 시를 쓰나?”라는 반문이 들 것이다. 그러나 시는 세상의 모든 물이 흘러 들어오는 강물 같은 것이다. 맑은 물이 흘러들어오는데 흐려질 수 없고, 흐린 물이 들어오는데 맑아질 수 없다. 시인은 딱 그가 속한 세상만큼 도덕적이고 시대만큼 윤리적이다. 강은 자정작용이 있지 않은가? 시인이 시를 쓸 때 악한 마음을 가지고 쓰지는 않는다. 강물처럼 스스로 정화되어 건강한 시를 쓰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시를 읽지 않는다고 시집을 사지 않는다고 투정하기보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중요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쓴다. 시 한 편에 인생이 달라지고 세상이 아름다워진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간절히 시를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들만 시인이 되는 계기를, 시인보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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