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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17.03.24 21:44
  • 수정 2017.04.03 22:30
  • 호수 1151

당진청년들 목소리를 내다
청년정책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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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구인·구직 일자리 매칭 필요
IT분야 등 전문적인 교육…퇴근 후 이뤄져야
정보 모르는 경우 많아 홍보 개선돼야
여성일자리 없고 자녀 돌봄 문제 해결 필요

투표를 통해 청년들의 사회·정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있지만, 사회적 논의와 결정 과정에 있어 ‘비주류’에 속하는 청년들은 사실상 ‘취약계층’이다. 정책을 만들고 이를 추진하는 이들은 대부분 40~60대 사이의 남성들로, 청년들이 끼어들 틈은 상당히 비좁다.

최근 당진시는 이러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담아내고자 청년정책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지난 2일 첫 토론회를 열었다. 70여 명의 청년들과 자문위원들이 △설자리(정책·시정참여) △일자리(취창업·농업) △놀자리(문화·축제) △살자리(주거·보육) 각 분과별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 후속모임의 일환으로 지난 22일 갤러리카페 아미띠에에서 10여 명의 청년들과 당진시 관계 공무원들이 모여 당진지역 청년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당진시 청년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청년들은 “당진이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재밌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면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더욱 많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참석자> △임아연 당진시대 편집부장 △ 고한영 엘피지주유소 안전관리자 △한만우 경남모직 케이티세라믹사업부 대리 △최승규 에스비(주) 대표이사 △정소영 신성대 간호학부 학생 △임희정 인터넷카페 스토리당진 매니저 △정성경 당진시 소셜미디어팀 주무관 △황진영 웹툰작가 △조경실 당진시 사회적경제팀장 △김진호 당진시 주민자치팀장 △최의현 당진시 청년정책팀장 △박슬기 당진시 청년정책팀 주무관 △문옥배 당진문화재단 사무처장(자문 및 참관)

취업 전 직업체험…상담·멘토링 지원했으면
청년들이 놀 자리·문화적 공간 필요하다 


주요발언

청년을 정의하다

최의현: 청년정책을 추진하면서 청년을 만18~39세로 규정했지만 연령대 폭이 넓어 청년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청년은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한편,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어 하고, 도전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고한영: 청년은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미래 방향성을 잡는 중요한 시기인데, 문제는 이 시대 청년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는 데 있다. 초·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니면서 입시와 취업을 위한 준비만 했을 뿐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다. 미래 세대의 중심으로 방향성을 제시하기엔 배워온 것과 하는 일 사이에서 괴리가 크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불안 역시 크다.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 필요한 것은?

한만우: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의 경우 도서관 이용이 많다. 그러나 당진지역 도서관들은 모두 월요일에 휴관하는데 도서관을 휴관하면 이들은 갈 곳이 없다. 휴관일을 서로 조정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고려해줬으면 한다. 또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상담과 멘토링 등이 있었으면 좋겠다.

최승규: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비롯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운영시간이 주로 낮 시간에 이뤄져 직장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청년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퇴근시간 이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대 조정이 필요하다.

고한영: 먹고 사는 문제에 바빠 퇴근시간 이후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도 일과를 끝낸 뒤 피곤한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임희정: 여성의전당 등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대부분 취미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디자인·컴퓨터 관련 프로그램 등 전문적인 기술을 배울 곳이 없다보니, 전문인력을 찾기 힘들다. 자격증 취득 등 실질적으로 청년들이 필요한 교육을 실시했으면 한다. 정보가 부족해 몰라서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홍보 문제에 개선이 필요하다.

황진영: 당진지역의 젊은이 들은 당진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커서 안타깝다. 이상과 정보를 좇아 서울 등 대도시로 가고 싶어 한다. 당진지역에서 이뤄지는 교육들의 경우, 컴퓨터 활용 교육 정도로 수준이 낮아, 젊은층의 다양한 욕구를 채우기엔 너무나 부족하다. 실무에 가까운 교육이 필요한데, 강사진과 프로그램이 쉽게 바뀌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시대적 흐름을 타지 않는 취미 위주의 교육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젊은이들이 당진에서 꿈을 찾고, 실현하지 못해 대도시로 나가려 하고 있어 안타깝다. 클라우드·인디자인·드론 등 수준 높은 IT교육 등이 이뤄지면 젊은이들이 지역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옥배: 여성의전당 등 교육 프로그램의 경우 타겟이 정해져 있다.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면 타겟을 달리해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정책…홍보가 부족하다

정선경: SNS를 이용하는 연령층이 정해져 있고, 당진시 SNS에 시민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모두 담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IT교육을 통해 정보 격차를 줄여야 한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낮시간에만 주로 이뤄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황진영: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하려는 노력이 당진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점점 늘고 있다. 당진시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각 기관과 부서의 긴밀한 연계가 중요하다.

문옥배: 당진지역의 특성상 SNS 등을 통한 홍보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적극적으로 검색하고, 찾기보다 자신들 앞에 배달되는 소식들을 중심으로 정보를 얻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홍보해도 한계를 느낀다. 따라서 홍보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되짚어볼 필요도 있지만 시민들도 정보를 찾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소영: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은 SNS를 통해 정보를 찾기보다 재미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특히 각종 홍보와 광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거부감도 있기 때문에 SNS를 활용한 홍보가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젊은층이 관심을 갖는 건 최근 예쁜 스냅사진을 찍는 것이다. 아미미술관처럼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들이 생긴다면 당진을 더 찾지 않을까 싶다.

청년들의 막막한 취·창업 현실

최승규: 절차상 창업은 상당히 쉬워졌다. 그러나 창업 기업의 60% 이상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다. 안정적으로 자리잡기까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창업이 어렵다. 한편 취업의 경우 일자리 지원과 정책이 너무나 부족하다. 인턴제와 같은 단기적 일자리 정책은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저임금 문제로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한만우: 현재 기업에서 인사담당 업무를 하고 있는데, 면접 온 구직자들을 살펴보면 ‘열심히 하겠다’는 막연한 의지는 있지만 정작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는 모른다. 당진시통합일자리센터의 경우 구인·구직 매칭을 지원하고 있지만, 매칭이 잘 되지 않는다. 구직자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고, 기업은 기업의 특성에 적합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진시 역시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제대로 된 매칭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구직자 스스로 기업의 정보를 파악해 지원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 업무를 해볼 수 있게끔 취업 전 직장체험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문옥배: 당진문화재단의 경우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인턴 등을 채용하려고 해도 지원자가 부족하다.

임아연: 당진지역의 산업구조 특성 상 다양한 재능과 관심사를 가진 청년들이 부족하다.

임희정: 당진의 경우 공업 중심의 산업구조 상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드물다. 대부분 사무보조 또는 경리 일뿐이다. 따라서 출산 전 경력과 상관없이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뿐만 아니라 저임금에 오랜 시간 일해야 하는 근무여건이 대부분이어서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아이 돌봄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지도 않다. 물론 당진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 전반적인 문제다. 한편 창업의 경우 부동산 임대료 등 세가 비싼 것도 걸림돌이 된다. 수익창출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높은 투자비용을 감당하면서 창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조경실: 친정이나 시댁 등 의지할 곳이 없다면 여성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건 매우 어렵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방과 후 돌봄교실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 아이를 학원에 돌리는 수 밖에 없다. 교육 목적이 아니라 아이 돌봄을 위한 것이다. 비용에 대한 부담, 안전에 대한 걱정 문제도 크다.

정소영: 학생들의 경우 당진에서 방학 때 할 게 없다보니 월세를 계속 내면서도 지역에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 방학 중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아이 돌봄에 활용한다면, 지역에 학생들이 머물고 워킹맘들의 걱정인 아이 돌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진 청년 뭘 하고 놀지?

고한영: 서울과 가까워 당진에 있는 젊은층은 놀거리가 많은 서울로 간다.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과 놀이가 제한적이고 그렇다 보니 사람이 없어 재미도 없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생활하기에 문화적 공간이 부족하다.

김예나: 전주의 청년몰처럼 당진지역의 빈 상가들을 활용해 청년들이 창업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창의적인 공간을 마련했으면 한다. 당진에서 청년들이 놀고 즐길 수 있도록,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

임희정: 청년축제를 하려면 일단 사람들의 참여가 많아야 하는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청년축제보다는 청소년축제가 훨씬 호응이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는 팀별로 참여하도록 하고, 팀별 성과에 따라 시상한다면 참여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문옥배: 청년문화제를 기획하고 있다면, 문화재단이 공간 등을 지원하며 함께 하는 방안을 마련할 의사가 있다.

임아연: 청년축제 기획단을 따로 꾸려서 청년 눈높이와 취향에 맞게 직접 축제를 기획하고 추진했으면 한다.

당진시 청년정책에 대한 한마디

황진영: 청년들이 서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지만, 사실 서울살이는 녹록치 않다. 고향이 당진인 나 자신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에서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여건을 고민하고. 앞으로 만들어 나가는 데 이 자리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임희정: 7~8년 전, 처음 당진에 정착했을 때와 지금은 너무나도 많이 달라졌다. 계속 바뀌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현재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살아가기에 아직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많은 부분들이 개선될 수 있길 바란다.

한만우: 청년들이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지자체가 먼저 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 청년정책 네트워크가 그 시작인 것 같다. 소외받는 사람들과 청년들을 위해 더욱 노력해 주길 바라고, 일자리 분야에 관심과 지원을 더 쏟아 달라. 청년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문제가 제기됐는데, 분과별 모임을 통해 더 심도 있게 다룰 수 있길 바란다.

고한영: 일부 어른들처럼 “우리 땐 더 힘들었어”라고 말하지 않고, 당진시가 “무엇이 힘드니?”라고 청년들에게 물어오는 것 같아서 무척 고맙다.

정소영: 더 많은 청년들에게 얘기할 기회를 주고,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이 더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

정선경: 젊은층이 경험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기획부터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전의 기회를 줬으면 한다.

임아연: 당진시가 각 부서별로 다양한 청년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한꺼번에 시행하기는 어렵고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 같다. 하나의 사업을 하더라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김진호: 젊은층과 대화 나누는 게 처음이다.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최승규: 여기에서 제시된 이야기들은 대부분의 지역 청년들이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수요를 조사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청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문옥배: 청년정책은 전국적인 이슈다. 선거 공약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당진시처럼 이렇게 청년들의 의견을 들어 사업들을 추진하는 것은 드문 케이스다. 결과를 단정하지 말고 하나씩 실현해 나가길 바란다.

최의현: 그동안 지역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는 소외돼 왔는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청년들도 결국엔 취약계층이다. 더 많은 목소리를 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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