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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경제
  • 입력 2017.09.04 07:52
  • 수정 2017.09.05 08:52
  • 호수 1173

떨쳐 낼 수 없는 성폭력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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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성폭력 피해…여전히 고통 호소
“지속적인 상담·치료 필수…성 인식 개선돼야”

당진 출신으로 올해 스무 살이 된 A는 여전히 고통 속에 산다. ‘그 일’이 있은 지 벌써 3년이나 지났다. 애써 외면한 채 평범한 척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여전히 몸서리친다. 게다가 자신을 이렇게 망가뜨려 놓은 놈들은 얼마 되지 않는 죄값을 치르고는 일상으로 돌아온 듯하다.

고등학생 1학년이었던 지난 2014년 A는 타 학교 남학생 B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친한 동생의 오빠였던 B가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아무 의심 없이 그를 만났다. B는 자신의 집으로 A를 데리고 가 성폭행했다. 홀로 끙끙 앓던 A는 과거에 교제했던 C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 C는 A를 위로해줬지만, 알고보니 B와 C는 친구사이였고, 두 사람이 계획한 성폭력이었던 것이다.

B는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유사성행위)으로, C는 이를 교사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현재 타 지역에서 대학 또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A는 이 사건 이후 지금까지 심리상담 치료와 약물을 복용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A는 “당시의 상처로 당진을 떠나 타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나는 아직도 이렇게 힘들게 고통받으며 살고 있는데, 가해자들은 버젓이 잘 살아가고 있어 너무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역에 나와 같은 피해자가 제발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치심에 신고·상담률 저조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성폭력과 관련해 1353건을 처리했다. 상담을 요청하지 않은 피해자, 타 기관에서 상담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성폭력이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는 ‘아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무려 87.1%에 달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현재 연애 중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피해도 20.9%에 이르며, 연애 전 관계에서 일어나는 성폭행의 경우 45.6%에 달하고 있다.

당진지역에서도 성폭행 피해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6년 한 해 동안 당진가족상담센터(센터장 신순옥)의 성폭행 관련 상담건수는 227건(56명)으로, 20대 여성이 가장 많고, 중·고등학생, 직장인 등 그 연령대와 직업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순옥 센터장은 아동·청소년을 비롯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대부분 수치심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법적 대응은 커녕 상담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인이 직접 찾아와 상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복지기관이나 경찰서와 연계돼 상담을 받는 편이다.

신 센터장은 “성폭력 당한 사실이 알려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으로 지역에서 상담받는 것을 꺼려한다”며 “센터에서 진행하는 상담은 사건 발생 건수 중 5%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유증이나 트라우마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상담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가치관과 인식 개선 역시 시급하다. 학생이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부모들은 성폭력 사실을 숨기려 하면서 신고를 하지 않거나, 상담이나 치료 등을 거부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2차 피해로 이어져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신 센터장은 “성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부모교육이 필요하다”며 “최대한 가까이 있는 상담사를 찾아 지속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성폭행·가정폭력 피해 상담
-당진가족상담센터(041-354-2366)
-한국성폭력상담소(02-338-5801~2)
-한국여성민우회(02-335-1858)
-한국여성의전화(02-2263-6465)
-여성긴급전화(국번없이 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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