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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8 20:17
  • 수정 2017.09.12 15:48
  • 호수 1174

“내가 사랑한 바다, 함께하고 싶어요”
■ 다시 왜목마을을 찾은 김승진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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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명의 크루들과 함께한 두 번째 요트세계일주
260일 간 크로아티아부터 왜목마을까지 항해
“요트문화 중심지 왜목마을…반드시 약속 지킬 것”

“바다 저 멀리 왜목마을이 보일 때면 그날의 감동이 다시 떠올라요. 당진은 제게 고향 같은 곳이죠. 당진시민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없었다면 요트세계일주는 불가능했어요. 한 식구 같은 그 마음을 평생 기억할 겁니다. 그래서 왜목마을을 우리나라의 요트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반드시 지킬 겁니다.”

크루들과 함께한 요트세계일주
대한민국 최초로 무기항 무원조 단독 요트세계일주를 성공한 김승진 선장이 두 번째 요트세계일주를 마치고 지난 1일 왜목마을에 입항했다. 지난해 12월 크로아티아에서 시작한 이번 요트세계일주는 구간 별로 총 45명의 크루가 함께 했다. 260일 동안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콜롬비아, 파나마, 사모아, 폼페이, 사이판 등 21곳에 머물렀다. 한 번도 기항하지 않고 210일 동안 홀로 바다에서 지냈던 지난 요트세계일주와는 확연히 달랐다.

김승진 선장은 “혼자서 요트세계일주를 할 때는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반면, 크루들과 같이한 이번 요트세계일주는 내가 사랑한 바다를 이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크루들 저마다 자기 나름의 바다를 느꼈다”고 말했다.
피할 수 없으니 즐겼다

이번 여행에는 첫 요트세계일주 후 전국각지에서 강의를 하면서 알게 된 청년들, SNS를 통해 만난 사람 등 요트를 처음 타보는 초보자들이  함께했다. 16살 소년부터 76세 노인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김 선장은 이들을 이끌고 바다로 나갔다.

다들 환상에 젖어 요트에 올랐지만, 현실은 생존 그 자체였다. 몰아치는 파도로 인한 배멀미와 좁은 공간을 수 일 동안 여러 사람이 공유하면서 느끼는 불편 등 항해 하루 만에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다시는 배를 타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며칠이 지나자 사람들은 바다를 즐기기 시작했다.

배멀미가 심하고 생활공간이 불편해도, 또 함께 배를 탄 선원들과 마찰이 있어도 도망갈 곳이 없었다. 오로지 하나의 배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야만 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은 사람들을 즐기게 만들었다. 그리고 망망대해 넓은 바다 위 작은 배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해 나갔다. 한 선원은 온종일 바다만 바라보고 있던 사람도 있었단다.

항해를 하는 것도, 고장 난 부품을 고치는 것도 모두 선원들의 몫이였다. 배가 고플 땐 낚시를 했다. 2m가 넘는 상어도 잡고, 신비로운 황금빛의 만새기도 잡았다. 바다는 날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줬고, 그 사이 선원들의 피부는 검게 그을렸다. “나는 이들을 이끄는 가이드가 아니라, 단지 사람들과 바다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았어요. 우리는 같은 바다를 항해했지만, 서로 다른 바다를 만났습니다.”
 
“일생에 기적 같은 일”
이번 요트세계일주에 함께한 크루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다. 김승진 선장의 대학 후배인 박준용 씨는 김승진 선장이 모교에서 강의할 때 만났다. 박 씨는 김 선장이 홀로 떠난 무기항 무원조 요트세계일주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의 강의가 있다는 소식에 정규수업을 ‘땡땡이 치고’ 그를 만나러 갔다. 그렇게 인연이 돼 대학 졸업식도 포기하고 이번 요트세계일주에 함께 했다. 박준용 씨는 “상상하지 못했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초반엔 불평불만도 많았지만 너무나 뭉클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윤성기 씨의 경우 하던 사업도 접고 이번 요트세계일주에 뛰어들었다. 지인들은 물론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년의 나이에 도전을 감행한 윤 씨는 “이번이 아니면 다신 없을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제각각 다른 바다의 매력을 한껏 느끼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회계사 시험을 준비해온 허태완 씨는 “공부를 하면서 늘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요트세계일주를 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왔다”며 “앞으로 펼쳐질 삶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년 월드레이스 준비
김승진 선장이 요트 ‘초짜’들을 데리고 무모한 여행을 떠난 것은 오로지 사람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이 특권처럼 여기고 정보도 공유하지 않았던 폐쇄적인 요트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꿈을 위한 김 선장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그는 요트 대중화를 위한 활동은 물론, 내년 바르셀로나에서 있을 월드레이스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왜목 마리나 조성 역시 그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업이다.

“왜목마을은 해양문화의 중심이 될 자격이 충분한 곳입니다. 세계를 향해 가는 발걸음이 빠를 수만은 없겠죠. 해양강대국을 꿈꾸며 국민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스스로 느끼게 하는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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