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대 시론]
장호순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한 지역사회

당진시대l승인2017.11.11 18:07l(1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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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모든 것이 있고,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디지털 시대가 되었지만, 유독 디지털 시대에 무시당하고 외면받고 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지역사회와 지역언론이다. 정작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관한 뉴스는 거의 접하지 못하고 있다. 내 고장에서 대형사고나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내 지역 소식이 인터넷에 등장하지 않는다. 첨단 디지털 시대라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지역사회인 것이다.

그 주된 이유는 한국의 독특한 디지털 뉴스 산업구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 검색사이트에서 뉴스를 얻는다. 대신 일간신문이나 저녁 TV뉴스를 챙겨보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재 KBS와 MBC 국내 양대 공영방송 노조 파업으로 정규방송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불편을 토로하는 시청자들은 극히 드물다. 뉴스매체로서 공영방송의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고, 그 기능을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뉴스가 대체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처럼 신문이나 방송 등 전통적인 언론의 역할이 급격히 축소되고 그 자리를 포털사이트가 대신하는 국가들은 극히 드물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국산인 구글 검색사이트를 이용하고 있고, 구글대신 자국의 포털사이트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중국, 러시아 뿐이다.

국내 1위 포털업체인 네이버의 1년 매출액이 4조원에 달하는데, KBS, MBC, SBS 등 국내 3대 지상파 방송사업자 매출액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이다. 4조원에 달하는 매출액 중 광고매출이 3조원으로 3,700개에 달하는 국내 신문 전체 광고매출액의 2배에 달한다.

네이버 광고매출의 대부분은 뉴스에 붙인 광고를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네이버와 다음의 돈벌이 방식은 철저하게 반 지역적이다. 대한민국 대기업 중 이들처럼 지역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기업이 없다.
포털사이트가 뉴스를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최대한 조회수를 늘려 광고주로부터 더 많은 광고비를 받는 방식이다. 그러한 광고비는 뉴스를 제공한 언론사와 나눠갖는 구조라서, 뉴스제공 언론사들도 조회수 높은 뉴스를 만들기에 주력한다.

국내 포털사이트는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언론사들이 만든 뉴스를 구입해 판매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뉴스생산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없이도 뉴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점은 언론이 아니므로 언론으로서의 공익적 책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포털사이트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실상의 언론이지만, 언론의 공적기능은 외면한 채 사적 이윤추구에만 몰입해도 비난받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국내 포털사이트들이 지역뉴스를 외면하는 이유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에 한정된 뉴스는 조회수가 제한되기 마련이다. 가급적이면 지역제한 없이 전국에서 남녀노소가 관심가질만한 기사를 우선적으로 초기화면에 배치해야 광고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네티즌 입장에서는 내 지역에서 일어난 뉴스는 1년 내내 단 한 번도 발견하기 힘들다. 3000여개의 지역언론사들이 매일 매일 힘들게 만들어내는 지역뉴스들은 인터넷에는 있지만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반면 전 세계 포털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한 구글은 초기화면에 뉴스를 배치하지 않는다. 각 나라별로 그리고 지역별로 필요하고 중요한 뉴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색은 포털로, 뉴스는 언론사 앱이나 사이트에서 따로 보는, 즉 뉴스와 검색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구미국가에서는 지역사회와 지역언론이 디지털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네티즌들은 비록 검색엔진은 다른 나라 것을 사용하더라도, 자기 지역의 언론사 사이트나 앱을 이용해 지역뉴스를 실시간 제공받고 있다. 반면 국내 네티즌들은 국산 검색엔진을 이용하지만, 자기 지역 뉴스는 원천 차단당하고 있다.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국내 포털독과점 기업의 횡포로 인해 지역사회와 지역언론은 디지털 영역에서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지만, 이를 지적하는 지역정치인이나 언론학자들은 극히 드물다. 지역언론사들도 포털의 독과점 횡포를 고발하고 저항하기 보다는 포털을 이용해 자사 뉴스 조회수 늘리는 데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식민지, 디지털 황무지로 전락한 지역사회와 지역언론의 안타까운 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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