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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아닌 ‘바리스타’로 봐주세요”
해나루보호작업장·카페 아이두 근무해 돈 모아

▲ 승리라·승리나 자매

지적장애인 쌍둥이 자매가 ‘커피’를 통해 새로운 삶을 일궈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미면 덕삼리에 위치한 장애인 생활시설인 두리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스물여섯 살 승리라·승리나 자매는 꼬박 2년 동안 모은 돈으로 최근 부모님을 위한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해나루보호작업장에서 커피를 볶고, 또 카페 아이두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면서 모은 소중한 돈이다. 자매의 부모님 역시 장애가 있어 경제활동이 어려운 상황인데다, 장애인들의 취업 또한 힘든 사회적 여건 속에서 일궈낸 성과라서 더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승리라·승리나 자매는 해나루보호작업장을 통해 원두를 고르고, 커피를 볶고 포장하는 과정부터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과정까지 배워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훈련생 과정을 거쳐 정식 근로자로 일해왔다.

승리라 씨는 “처음 카페 아이두에서 일할 때 설거지와 테이블정리를 맡았는데, 힘들어도 얼마나 즐겁게 일했는지 모른다”며 “손님들이 웃으면서 기다려주고, 응원해줘서 힘이 났다”고 말했다.

그동안 부모님은 이웃 아저씨네 창고를 개조해 만든 집에서 살았다. 겨울엔 매서운 바람이 들어와 씻는 것조차 어려운 집이었다. 여름엔 덥고 벌레도 많았다. 두 자매는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LH임대아파트를 분양받아 새 집을 마련하고, 가구와 가전제품도 새롭게 들여놨다.
승리라 씨는 “아기 때 많이 아파서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이렇게 커서 효도를 한다며 아버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면서 “직장인이 돼 직접 번 돈으로 부모님을 챙겨드릴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최근 승리라 씨는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장애인 근로체험수기 공모전에 도전해 장려상까지 수상했다. 승리라 씨는 수기를 통해 “친구를 좋아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일기 쓰는 시간을 좋아하고, SNS를 좋아하는 평범한 27살인 여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많지만 ‘지적장애 2급’이라는 수식어는 다른 사람과 별 다를 것 없는 자신을 장애인으로, 특수반·특수학교 학생으로 규정지어 직업을 갖는 건 꿈조차 꿀 수 없도록 커다란 벽을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일은 한다는 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일”이라며 “무엇보다 지적장애인 승리라 보다 카페 아이두의 바리스타로,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해나루보호작업장 박정욱 원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승리나·승리라 자매가 열심히 노력해 자활에 성공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장애인들이 자립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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