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충남도민 인권선언 제1조에 대한 엇갈린 해석이 결국 충남인권조례 폐지로 이어졌다.

충남도의회는 지난 2일 제301회 2차 본회의를 통해 24명의 의원이 발의한 ‘충청남도 도민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이하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에 대한 기명투표를 통해 폐지안을 가결했다.

투표에는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 25명 △반대 11명 △기권 1명으로, 당진지역 출신 이용호·정정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인권조례 폐지 찬성에 표를 던졌다. 김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반대에 투표했다. 

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도 이어졌지만 폐지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40석 중 30석)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충남인권조례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데다 지난달 30일 행정자치위원회에서도 폐지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소속 도의원들은 “다양한 의견 개진과 신중한 판단을 위해 다음 회기로 넘기자”는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긴급 제출했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들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2시 간 가까운 사전토론에서도 첨예한 견해차를 빚었다. 민주당 소속 김연 의원(비례대표)은 반대 토론에서 “도대체 충남인권조례로 도민들이 어떤 역차별을 당했냐”며 “근거 없는 낭설로 인권조례를 폐지할 경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보호가 취약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유한국당의 윤리규칙(제20조, 차별금지)에도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인권조례 폐지는 자유한국당 윤리규칙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이공휘 의원(천안)은 “동성애가 에이즈를 확산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충남도 또한 동성애를 조장할 만한 정책을 추진할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지방선거에서 중앙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조례 폐지에 나서고 (의도적으로)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기명 전자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기명 전자투표는 다수의 반대로 부결됐다.

조례 폐지를 주장한 자유한국당 소속 김종필 도의원(서산)은 “조례에 의거해 설치된 충남인권센터의 상담과 조사 건수가 수 십여 건에 불과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사무소에서도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며 “인권조례를 폐지하더라도 인권을 옹호하는 데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송덕빈 의원(논산)은 “애초 충남인권조례를 대표발의했지만 충남 인구 등을 고려할 때 동성애를 조장하는 조례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김용필(예산) 의원은 “8만여 명의 도민들이 조례 폐지 청원을 제출했다”면서 “기독교인들이 성경의 뜻을 지키려는 노력도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성애가 늘어나면 인구절벽이 온다”며 “동성애를 조장하는 미래 충남을 위해 미풍양속과 인구 절벽을 해치는 충남인권조례는 폐지돼야 한다”고 논지를 폈다.

폐지안이 가결되자 이를 지켜보던 일부 방청객들이 “자유한국당은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며 폐지안 가결을 규탄했다. 한편 충남도는 도의회에서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될 경우 재의 요구에 이어 대법원 제소가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충남지역언론연합 심규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