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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숙현 / 한우리독서문화원장
나눔도 상처가 되는 세상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 아들녀석이 2주에 한번 집에 온다. 함께 생활할 때는 느낄 수 없던 어른스러운 면을 보게 되니 내심 흐믓하기도 하고 때론 안쓰러운게 이제는 훌쩍 커버린 자식앞에서 여지없이 드러나는 어머니의 속성이 아닌가 싶다.
모처럼 만나고 보니 쌓인 얘기도 많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학교는 90% 이상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통학을 한다고 했다.(학교가 변두리에 있음) 요즈음 고등학교는 보충수업에 자율학습에 밤 11시까지 학교에 매여있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니 통학하는 아이들은 도시락 2개를 갖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한 친구가 저녁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한 아이가 있어 밥을 나눠 먹을 생각에 함께 식당으로 가서(양이나 횟수는 규제받는 게 아니니까) 한번은 본인이 먹고 한번은 친구가 먹을 수 있게 배려를 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식당을 운영하시는 아주머니께 들통이 나서 호되게 꾸중을 듣고 그 밥을 도로 가져다 쏟아버린 일이었다.
다소 흥분한 표정으로 친구들이 겪은 이야기를 전하는 아들모습을 보며 그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와 그들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먹던 안먹던 일률적으로 계산하는 식비의 부당함, 식권을 사용하여 정당하게 친구에게 저녁을 사줄 수 있는 편리와 합리성이 갖춰있지 않음을 지적했다.
처음 부딪히는 부조리앞에 자의식이 싹트는 아들을 보면서, 앞으로 그가 만나야 하는 부정과 불의앞에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남을지가 걱정되었다.
길가는 나그네에게도 밥 한술 먹여 보내던 인심의 자취는 간데없고 물질의 풍요안에서 가슴엔 찬바람이 일고 빈한 하지만 우리네 마음살이를 어째야 하나,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동포 소식으로 떠들썩한 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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