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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8.04.13 21:26
  • 호수 1203

[문화칼럼] 그대가 있어 그날마저도 아름답다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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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재 연호시문학회 사무국장

새벽안개가 창가에 다가와 속삭이면 잠에서 들깬 어둠, 툇마루 길어진 달빛그늘 데우느라 분주하고, 어슴푸레한 긴 밤을 더듬은 목련꽃 작은 봉우리, 우연인 듯 기교인 듯 가죽옷 벗는 소리로 요란하다.

‘그래! 우리는 항상 그랬다’

살갗이 터지는 너의 아픔보다는 들어낸 너의 속살에 황홀해하며, 그저 봄날에 훨훨 옷 벗을 채비만 했었지.

긴 알람소리에 살며시 빛이 새어 나오는 방문을 열어본다. 여린 심장의 울음소리가 바닥까지 꺼진 갈비뼈 속에서 흐느낌으로 전해져 온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더욱 가까이 느껴진다며 어둠을 두려워하던 당신, 암과 싸우는 긴 세월 속에서 암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나약해져가는 자신의 모습과 남겨질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라며 언제나 웃음을 주려 노력하던 당신, 항암 후유증으로 시달리면서 변해가는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거친 말로 자꾸만 밀어내는 당신을 바라보며,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잠든 당신의 손가락 하나 끌어와 가슴으로 품으며 그 작은 온기만으로도 내 살아가는 이유이고 위안이 되었던 당신은 나의 애증이었다.

수술용 침대를 밀며 위로의 말조차 찾지 못해 파리하게 떨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위로한답시고 표정 없이 지어보는 당신의 미소 뒤로 이렁이렁 매달리던 눈물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날의 트라우마로 지금도 힘들어 하지만 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당신의 평온한 숨결에서, 따스한 미소에서 나는 오늘도 힘을 얻는다.

불거져 나온 뼈마디, 불면증으로 힘들어 하는 내게 조금 더 자라면서 살며시 방문을 닫아주고 살금살금 아침을 준비하는 당신, 수술하고 힘들어 하는 내가 안쓰러워 자꾸만 눈으로 쓰다듬던 당신의 눈길에서 나의 힘겹던 지난날이 자랑스럽다.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서 버둥대며 울부짖을 때 친구처럼, 애인처럼 든든한 힘이 되어준 영원한 나의 콩깍지 재훈이, 엄한 선생님처럼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엄마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나의 히어로 재우 모두 짝을 찾아 떠나고 빈 뻐꾸기 둥지를 지키는 엄마를 보며 위로한다고 턱 밑에서 조잘조잘 웃어주는 사랑스런 두 며늘아기, 한바탕 폭풍처럼 왔다가 밀려간 너희들의 자리를 걷어 올리며 엄마는 또 힘을 낸다.

‘얘들아 너희들 알고 있니? 자식사랑은 영원한 숙제 같은 짝사랑이라는 걸’

오늘도 여전히 새근거리며 잠든 당신을 바라보며 두 손 보듬어 문틈으로 들어오는 작은 바람에도 온힘을 다해 막아내던 우리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매일매일 아침을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벚꽃이 비처럼 날리던 4월의 신부는 어느덧 할머니가 되어 손녀의 눈망울에 빨려들고 있지만, 그래도 난 당신에게는 언제나 22살 아름다운 신부이고 싶다.

봄꽃이 처음인 우리의 작은 천사 ‘다솜’

네가 가져온 행복, 사랑, 기쁨, 모두가 나의 어머니에게서 내 아들로, 또  작은 천사 너에게로 전하는 가족애라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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