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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8.05.11 22:35
  • 호수 1207

[기고] 은사와 함께한 동창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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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승 합덕중 29회 졸업생
합덕읍 신석리 출신

어릴 적에 스승의 날 노래나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때 왠지 가슴이 벅차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경험이 떠오른다. 돌이켜 보면 엊그제 같은 일인데 벌써 반세기가 가까워져 스승은 노년이 되셨고, 당시 친구들은 머리가 희끗희끗해져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어 거리에서 만나도 알아보기 조차 어렵게 변해 버렸다.

요즘이야 정보가 넘쳐나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받지만, 당시에는 도로 포장도 안 되고 자갈길을 버스로 통학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모은 것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고향이 그립고 옛 친구가 보고 싶은 건 학창시절에 함께 많은 추억을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추억을 떠올리며 한 두 명씩 모이다가 어느새 2014년 봄 합덕중학교 29회 동창회가 생겼고, 마침내 그 동안 잊고 지냈던 다섯 분의 졸업반 담임 선생님과 사모님을 모시고 2018년 4월 28일 모교 인근에서 사은회를 하기에 이르렀다. 마음만 먹으면 찾아 뵐 수 있었을 텐데 그러기에 너무나 많은 세월이 흘러 송구스럽고 죄송스러웠지만, 아직도 건강하신 스승님들께서 기뻐하시고 행복해 하시는 모습에서 늦었지만 친구들이 뜻을 모아 정말 잘 모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시절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참고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오로지 선생님의 가르침이 전부라고 여겨지던 시절이라 선생님의 존재는 거의 절대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수업시간엔 엄격했고 그 덕분에 많은 친구들이 훌륭하게 성장하여 여려 방면에서 나라의 주역으로 살아가고 있다.

스승에 대한 권위가 예전 같지 않은 요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떠오른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똑같다는 말이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말라는 것이 옛 스승관이다. 이율곡 선생 학교모범(學校模範)’에서는 스승 섬기기(事師)를 이렇게 가르친다. ‘배우는 자가 도(道)에 뜻을 두었으면 먼저 스승을 섬기는 도리가 융숭해야 한다. 함께 있으면 아침 저녁으로 문안 드리고, 따로 있으면 수업 받을 때 뵈오며, 초하루와 보름에 예(禮)를 행한다.’ 스승에 대한 극진한 존경이 행동양식으로 드러난다. 또한 ‘사사여친필경필공(事師如親必敬必恭)’이란 말도 있다. 즉 ‘스승 섬기기를 부모님 섬기듯 하며 반드시 공경하며 반드시 공손하게 하라’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40여 년 만에 찾아 뵙고 문안인사 드린 것은 너무나 불효를 저지른 것이고, 바쁘게 살아 오느라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 지라도, 늦게나마 스승님을 조촐하게 모셨다는 것만으로 그저 위로를 삼고 싶을 뿐이다. 아울러 사은회라는 행사를 했지만 더 연로하시기 전에 자주 찾아 뵙는 것으로 그간 못다한 은혜에 보답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제자들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

어릴 적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우리에게 지식과 인격을 닦아 주시고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며 더 넓은 세계로 인도해 주신 스승님의 깊은 은혜를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조금이나마 마음 속에 그려본다.

또한 스승의 날을 기리며 교권 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 교직원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에 이바지하고 추락한 스승에 대한 권위가 회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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