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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18 11:4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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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전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김민주(가명) 씨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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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남편의 장애까지 감당해야
평일엔 공장 주말엔 식당... 대가족 생계 책임

 

평범한 학생이었다. 장사하는 부모와 함께 살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갈 준비를 하던 때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한국을 찾게 됐다. 하지만 그때의 선택은 지금 후회로 되돌아오고 있다.

23살에 찾은 당진

민주 씨는 23살에 당진을 찾았다. 어린 나이였다. 결혼과 함께 시골 마을의 남편 집으로 들어갔다. 시아버지 한 명과 시어머니 둘이 있었다. 그리고 남편과 김민주 씨까지 함께 살게 됐다. 바로 첫째를 낳고, 곧이어 둘째를  낳았다. 아들을 보고 싶다는 시아버지의 말에 셋째까지 낳았다. 그 사이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 한 명은 요양원에 입소했다.  남은 시어머니 한 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 어린 아이 셋에 노쇠한 시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그리고 지적장애가 있는 남편까지 민주 씨가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무겁기만하다. 잘 살아보겠다고 한국을 왔는데, 오히려 민주 씨를 도와주러 베트남에서 친정어머니가 올 정도였다. 그러나 친청어머니도 지난해 신장이 급격히 나빠져 다시 베트남으로 떠났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남편과 아이 셋을 민주 씨 혼자 감당해내야만 한다.

평일엔 공장, 주말엔 식당으로

친정어머니가 있을 때는 평일에는 공장으로, 주말에는 식당에서 일을 했다. 장애가 있는 남편은 한 공장에서 150~160만 원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6명의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라면 맞벌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친정어머니가 베트남으로 간 뒤에는 평일에 일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치매가 있는 시어머니가 가끔 아이들에게 호통을 치고 문을 열어두곤 해, 아직 어린 아이들이 엄마를 찾는다며 집을 나가곤 한단다. 집 주변에 깊은 바닷가가 있어 위험해 아이들이 집에 나섰다는 소리만 들으면 일을 하다가도 가슴이 철렁하고, 뛰쳐나가기 일쑤다. 그렇게 서너 시간 아이들 찾아 다닌 것만 벌써 몇 번째다. 이렇다 보니 평일에는 일을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못해준 게 너무 많아”

그동안 쌓아 놨던 이야기를 하면서 민주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휴지로 닦아낸 눈두덩이가 발갛게 부어 올랐을 정도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계속 울고 또 울었다. 특히 아이들을 생각하면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이들 때문에 산다”며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옷과 장난감 하나 못 사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두 딸은 예쁘게도 잘 커 피아노에 재능을 보이고 있다. 종종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아오기도 한다고. 하지만 평일 공장 일을 그만 두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피아노 학원 조차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피아노 원장님이 민주 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도움을 주긴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민주 씨는 “집에 피아노 하나 없는데도 아이들은 피아노에 재능을 보이며 대회에 나가 상도 타 온다”며 “못해준 것 투성인데 오히려 아이들은 엄마 힘들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곤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며 “아이들 때문에 사는 것이지 이제는 내가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잘 살려고 왔는데”

한편 건강이 안 좋아 베트남으로 떠난 친정어머니의 상황이 안 더 악화됐다. 신장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건강이 위독하지만 베트남으로 쉽게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엄마가 한국에 있을 때도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며 “고생만 하다가 베트남에 갔는데 아픈 엄마 옆에 한 번 가보지도 못하고 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가 이렇게 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와 국적도 취득하고 한국 이름으로도 바꿨어요. 잘 살려고 왔는데, 아침에 일어나 하루종일 집안 일만 해요. 제 인생은 이제 없어요. 앞으로 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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