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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학범 / 법률사무소 근무
불신(不信)이 문제다

소위 한보부도사태로 시발된 국회한보청문회가 지난 4월 7일부터 20여일간의 지루함 속에 요란한 풍장과 변죽만을 올린채 마감됐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그 진상규명이나 국민의 의혹을 풀어주기에는 그 성과가 미흡했고 식상한 국민다수가 이럴바엔 청문회 무용론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이같은 결과는 처음부터 청문회에 임하는 의원들이 청문회에 앞서 충분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었고, 핵심의 질문이 아닌 변두리만을 빙빙돌고 있는 질문에서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한때는 누가 질문자이고 누가 증언자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한심하고 답답한 장면을 볼 때는 안타까움과 실망을 금치 못하였다.
어느 질문자는 자문자답으로 증인의 답변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실수를 연발하는가 하면 좀 똑똑히 알고나서 질문하라는등 증인으로부터 질책을 받는 헤프닝도 있었다. 증인을 심문함에 있어 아직 형이 확정되지도 않고 재판에 계류중인 증인을 마치 죄인시 한다든가 반말로 질문했다가 크게 호통을 당하는 모습은 주객이 전도된 인상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또한 답변자들의 답변태도도 모른다(물론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겠지만), 기억이 없다, 수사중이어서 답변할 수 없다면서 곧바로 밝혀진 사안에도 서로 다른 대답으로 증언함으로써 오리발이 상책이란 교훈(?)과 함께 국민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똑같은 질문과 답변에 있어서도 여야에 따라 당리당략으로 이용하려는 태도는 정치수준의 척도를 읽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까지 하였다.
이번 청문회와 검찰수사를 통해 여야 정치인 다수가 한보로부터 받은 거액이 돈의 성격을 놓고 대가성 뇌물인가, 정치헌금이다, 국감무마조이다, 떡값(비싼 떡)이다, 광고비였다, 심지어는 수감후 풀려난 위로금이다로 그 명목도 다양하고 구차한 궤변으로 우선 급한 입장을 면하고 보자는 태도를 보면서 한탄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들 모두가 한보부도 원인에 직간접으로 관여(일조)한 사실에 대하여는 법적쪾도의적 책임을 면키 어려우며 도덕적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하겠다.
청문회를 계기로 불거져 나온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국정개입과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사실이 밝혀짐으로써 한 시대의 불미한 기록과 함께 힘있는 자도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면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라 하겠다.
건국이래 전직 대통령 두명이 감옥행을 한데 이어 대통령 아들이 수의를 입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지켜보면서 이것이 바로 문민정부이고, 민주의 힘을 바로 보는 것 같아 자위도 해보지만 아직도 검찰이나 청문회에서 밝혀진 사실이나 대선자금의 공개등에 있어 제아무리 사실이 사실이라 해도 믿으려 들지 않는 국민의 두꺼운 불신이 남아있는 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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