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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 사람을 살리는 시간
[르포]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동승체험

소방활동 방해한 차량, 손실 보상에서 제외
매 화재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
한수미l승인2018.11.30 19:26l(11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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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했다. 1분1초, 시간이 지날수록 불길은 거세진다. 인구와 상가가 밀집된 곳은 더더욱 위험한 상황이다. 신고 접수 즉시 소방관들은 소방차에 몸을 싣는다. 1초라도 빨리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소방차 안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에 급하다.

하지만 막혔다. 있으면 안 될 위치에 차가 주차돼 있다. 후진으로 다른 길로 진입해도 막혀있다. 진입할 수가 없다. 막힌 도로에서 정처 없이 시간을 보냈을 동안 누군가는 죽고,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이 상황은 현실이자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당진도 위험!
지난해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했다. 제천 화재사건에는 길가의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소방차가 제때 현장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 됐다. 당진이라고 해서 발생하지 않을 일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

당진소방서 류진원 화재대책과장은 “당진에서도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일은 빈번하다”고 말했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라면 더더욱 어렵다고. 당진소방서에서 CGV당진 일원까지 신고를 받고 도착하기까지 3분이 걸린다.

초기 진압이 가능한 골든타임 5분 안에 도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형 차량도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 소방차가 들어서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출동 어려워
이에 당진소방서가 매달 한 차례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해 시민 의식을 제고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시민이 소방차에 직접 탑승해 당진시청을 거쳐 당진전통시장과 우두동, 신터미널, 구터미널 일원 등 소방차 진입곤란 및 상습 정체구간을 함께 출동했다.

소방차가 당진전통시장으로 진입하자마자 막혀 움직일 수 없었다. 설치된 가판 사이를 지나다니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주정차 돼 있는 차로 인해 5분가량 움직이지 못했다. CGV당진 일원의 경우 특히 저녁 이후에는 심각한 상황이다.

길가는 물론 코너마다 주차돼 있는 차로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신터미널도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한편 소방기본법 개정으로 불법 주차로 소방차의 통행과 소방 활동을 방해한 차량은 손실 보상에서 제외됐다.

죽음과 마주하는 현장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할 때 ‘이렇게 복잡한 곳에 왜 기어 들어오느냐’, ‘할 일 없느냐’는 소리도 들었어요. 소방차가 길을 막는다며 클랙션 울려대는 사람도 있고요. 출동하는 소방차를 앞지르기도 하죠. 한 번은 사이렌 소리가 크고 경고등이 밝다며 민원을 받은 적도 있어요. 전보다 인식이 많이 개선 됐지만 아직도 어려운 것이 많죠.”

소방관이 착용하는 하의와 상의, 방수화와 방수모에 공기호흡기까지 착용하면 기본 25kg에 달한다. 여기에 개인 안전장비와 현장에서 필요한 도끼 등의 물품을 구비하면 무게는 그 이상이다. 류 과장은 “화재가 발생한 곳에서 문을 열면 검은 화기가 온 몸을 덮친다”며 “그 때 죽음에 대한 공포감과 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장은 한 치 앞도 안 보여 손으로 더듬어 방 구조를 파악해가며 진압에 나선다. 아무리 특수 장비를 갖춰도 열기는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무거운 장비를 이고 화마의 열기를 느끼며 계단을 올라 사람 한 명 구하는 일조차 쉽지 않단다.

‘창살 없는 감옥’
“예전엔 소방서를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도 했어요. 출동을 하지 않고 청사 내에 있는 순간도 긴장감이 팽배하거든요. 청사 밖으로는 한 걸음 나가기도 어렵고, 화장실도 쉽게 못가요.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죠.”

실제로 충청권 소방관 10명 중 6명이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이상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소방훈 의원이 소방청과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건강진단에서 이상 판정을 받은 소방관이 충남은 57.8%에 달한다.

소방관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은 일반인보다 7배 이상 높고 10명 중 1명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시달리고 있다. 류 과장은 “소방관들은 항상 긴장감 속에서 산다”며 “또한 무거운 것을 순간적으로 들고 나르기에 허리와 경추 질환을 앓고 있는 소방관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구하고 초기 진압에 성공할 때, 그 기분은 어떤 스포츠에서 우승을 해도 얻을 수 없는 기분이라고. 덧붙여 “소방차가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 부탁한다”고 말했다.
 

<길 터주기 방법>
△ 교차로 또는 그 부근 : 교차로를 피해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정지
△ 일방통행로 : 우측 가장자리에 정지
△ 일반도로 : 긴급 차의 진행차로에 있는 차량과 우측차로에 있는 차량들은 우측방향으로 양보, 긴급차의 좌측차로에 있는 차량들은 좌측으로 양보
△ 횡단보도 : 긴급 차량이 보이면 보행자는 횡단보도에서 잠시 서행


한수미  d91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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